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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채워진 : 밤편지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흔들림 없이

잔잔하게


글ㆍ사진 ㅣ 한아름



유난히 흉포했던 한파가 지나가니 아침 해가 제법 준비를 서두르고, 조금 더 긴 시간 곁에 머물기 시작했다. 새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온도의 조그마한 변화로 겨우내 잔뜩 움츠리고 있던 일상을 깨웠다. 그리고 얼어붙었던 일상이 녹아내린 후 생긴 빈틈에 봄의 온기를 채우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이 닿는 제주로 서둘러 향했다.



제주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여행객의 발길이 다소 적은 곳. 제주답고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스테이 ‘밤편지’에 도착했다. 밤편지는 감귤밭 주변으로 안채와 별채 그리고 사랑채 세 가지 타입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길가와 가장 가까운 별채 공간에서 하루 머물렀다.



첫발을 디딘 별채 내부는 봄의 기운처럼 유난히 따뜻했다. 특히 층고가 높고 마당으로 향하는 곳에 큰 창이 있어 탁 트인 공간감이 매우 좋았다. 큰 창 반대편에는 감귤밭으로 향하는 곳에 또 하나의 창을 내어 바깥 풍경을 하나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밤편지에서는 사계절 새로운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주방에는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조리도구와 식기류가 마련되어 있었고, 주방을 지나 또 하나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니 뒷마당이 이어졌다. 타인의 시선이 차단되는 숨은 공간에서 잠시나마 자연의 속도에 천천히 호흡하며 쉬어갈 수 있었다.



거실의 답답하지 않게 설치된 가벽 너머로는 화장실과 귤밭을 조망한 욕실이, 맞은편으로는 거실과 완전히  분리된 방 두 개가 있었다. 오롯이 숙면에 집중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방에 당장이라도 푹 안기고 싶은 포근한 침구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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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에서는 입구 앞 작은 책상이 눈길을 끌었다. 고요한 마을을 담은 작은 창 앞에는 스테이에 대한  소개글과 가볍게 볼만한 책 몇 권 그리고 이곳에서 있었던 여행객들의 저마다의 밤편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잠시 이곳에 앉아 하루를 정리하고 나의 이야기도 더했다.



별채의 온기를 가득 머금은 채 일몰 산책에 나섰다. 밤편지 앞으로 올레 4코스가 있어 코스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고요한 마을 길목을 거닐며 눈에 닿는 풍경을 여유롭게 즐겼다. 급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해가 지고 있는 바다를 향해 걸었다. 걷는 동안 귓가에는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나지막한 파도 소리뿐이었다.



산책 후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와인 한 병을 챙겨 밤편지로 돌아왔다. 밤편지에 어둠이 드리우니 그나마 작게 들려왔던 자연의 소란함도 완전히 사라지고 밤의 고요함이 잔잔하게 채워졌다. 와인을 마시며 휴대전화 속 사진첩에 가득 채워진 오늘 내가 바라봤던 시선들을 다시 훑어보고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가뜬한 잠을 자고 이른 하루를 시작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고요함 속에서 아침 해가 밝아오길 기다렸다. 날이 밝아오니,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공기가 제법 온화해졌다. 마당으로 나가 호스트가 준비해준 커피를 내리며 간단하게 아침 식사 시간을 즐겼다.



제주에는 이미 새 계절을 알리듯 거리의 풍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봄꽃이 고개를 내미는 볕이 좋은 날에 이곳 제주에 머물며 자연 풍광이 뿜어내는 특유의 봄 내음을 맡아보길 바란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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