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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곁에서 : 오후다섯시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당연함 속에서

특별함을 느끼며


글ㆍ사진 한아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뿐히 길을 나섰다. 양 볼을 스치는 보드라운 바람결에 봄꽃이 고개를 내밀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시간만 지나면 맞이할 수 있는 당연한 계절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이번 봄은 더욱 귀하고 특별했다. 


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 번잡한 도시를 뒤로한 채 자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한 시간여 지나 경기도 양평에 도착하니 느슨해진 풍경에 거리 곳곳 나뭇가지마다 노오란 봄이 맺혀 있었다. 



선명한 봄의 향연 속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숲의 곁으로 다가서니 한적한 시골마을 내 정갈한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내가 봄을 만끽할 곳 바로 ‘오후다섯시’이었다. 오후 다섯 시에 아스라하게 스러지는 해가 아름다운 공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니 오늘 나의 오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스테이 ‘오후다섯시’는 너른 마당 위로 소담하고 차분하게 봄이 흐르고 있었다. 호스트를 대신하여 마중 나온 새들의 맑은 향연과 귀엽고 특별한 이웃이 함께했다.



‘오후다섯시’는 오랜 세월을 간직한 한옥의 큰 틀을 고스란히 남긴 채 내부 단열 등 현대의 편리 요소를 더해 완성된 스테이다. 마당만큼 널찍한 거실에는 깔끔하고 단정하게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 위로 고풍스러운 서까래가 조화를 이뤘다. 


서까래 위부터 천장까지 시원하게 오픈되어 한옥에서 찾기 어려운 개방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거실에서 정남향으로 향한 곳에 외부로 통하는 창호 문을 고스란히 남겨 오후 내내 볕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면서 문을 개방하면 내외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한옥만의 특징을 살렸다.



거실을 중심으로 양 끝으로 방 두 개가 구성되어 있는데, 벽의 소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방 내부는 각기 다른 분위기로 구성하였다. 특히 메인으로 쓰이는 방은 거실로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체감상 공간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졌으며, 두 번째 방은 싱글 침대에 간살 파티션을 두어 혼자 독립적으로 휴식하기 매우 적합했다.



주방에는 삼면에 창과 문이 있고 그 앞에 식탁을 두어 그곳에 앉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빛을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속에 옛 구조를 수납공간으로 살려 편의시설을 알차게 갖춰 두었다.



거실 한편에 있는 턴테이블에 LP 하나를 골라 올리고, 커피 한 잔을 들고 거실에 둘러앉았다. 선명한 무손실 디지털 음질보다 LP 판에 바늘이 부딪칠 때 나는 잡음과 함께 들려오는 아날로그한 음질이 공간과 어우러져 어쩐지 더 낭만적이었다. 책 한 권을 나눠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계는 오후 다섯 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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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놓인 의자에 앉아 차가운 밤이 오기 전 마지막까지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며 희미하게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새삼 당연한 것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흘러가는 그대로 자연의 속도에 천천히 호흡하니 몸과 마음은 단정하고 간결해졌다. 어느 때보다도 평온한 봄의 오후 다섯 시를 즐겼다.



이제 출출한 배도 채울 시간. 마당 한편에 놓인 데크 위에서 화로를 이용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 메뉴는 숯불 향을 머금은 바비큐이었다. 불을 지피고 연기가 올라오니 자연스럽게 특별한 이웃도 자리에 함께했다. 서로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가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어둠이 내리고 나니 ‘오후다섯시’의 희미한 불빛은 더욱 진해지고 비로소 주변 풍경보다는 오롯이 우리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봄볕이 쏟아지는 아침,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따스한 자연의 빛깔에 눈이 부셨다. 마당 둘레를 걸으며 상쾌한 공기와 따스한 온기를 몸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 식사를 챙겼다. 조용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봄의 온기가 내부 곳곳에 퍼져나갔다.



봄바람과 함께 툇마루에 앉아 마지막 여유를 부렸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계절에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매우 근사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일.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소중하게 느꼈던 순간. 이 모든 게 ‘오후다섯시’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일상의 베네핏이지 않을까.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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