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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신선한 기록 : 밭담집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한계를 넘어 마주한
새로운 형태의 쉼


글ㆍ사진 김송이



와흘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세가 사람이 누운 모습과 같다고 하여 누울 와() 자를 써서 붙였다고 한다. 휴일엔 대부분 누워 있음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ISFP 형 인간인 나에게 꽤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22년 7월, 돌담을 매만지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보니 그끝에는 올곧이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와 '밭담집'에 이르렀다. 이곳은 스테이폴리오에서 공간을 직접 설계해 만든 스테이폴리오 오리지널 첫 번째 시리즈. 수많은 매력적인 공간들을 소개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로 그들이 어떤 공간을 만들었을지 전혀 예상 가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설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펼치듯, 대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밭담집의 체크인은 오후 4시. 체크인 시 정원을 포함한 모든 공간의 조명에 불이 켜져 환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여름의 한낮이라 조명의 환대를 화려하게 받아보진 못했지만 그 특별한 환대를 받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 것으로 충분했다. 문간채를 지나면 정돈된 정원을 중앙으로 안채, 바깥채, 아랫채 총 3개의 공간을 만나는데 나는 제일 먼저 안채의 툇마루에 앉아 보았다. 조금은 뜨거웠던 그해 여름의 열기를 타고 풀의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안채의 내부에서도 한쪽 벽면의 커다란 창을 통해 바깥채와 정원이 보인다. 나는 머무르는 동안 툇마루 방향을 등지고 앉는 편이 좋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풀의 모습, 창살 사이로 보이는 여름날의 풍경은 잔잔한 일본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포근했다.



침실은 공간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편안한 수면을 위해 준비되었음이 느껴졌다. 바스락거리는 침구 외에 시선을 끄는 것은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있었고 그저 눈을 감고 잠에 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깥채는 '물'의 공간이었다. 차를 마심으로써 내면으로 물을 끌어들이고, 잔잔한 수면을 보며 마음에 안정을 감각하고, 반신욕을 하며 물의 촉감을 경험하는 곳. 나는 공간이 일러주는 대로 다실에 앉아 찻잎을 면포에 조금 옮겨 담아 찻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우려내기 시작했다.



욕탕에 앉으면 감귤밭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초록 잎들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싱그러운 에너지를 받았다. 폴딩 도어를 열면 조금 더 확장된 공간 속에서 반신욕이 가능하다. 더불어 이곳은 1인 사우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목욕 후 서늘함이 찾아올 새도 없이 몸을 금방 따스하게 건조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난 요소는 이곳에 'IoT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IoT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간단히 말하면 앉아서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세세한 조작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모드가 설정되어 있다. 단순히 커튼을 모두 열거나 일괄 소등하는 기능부터 명상 혹은 릴렉스, 스파 등 개별 상황에 맞게 공간의 무드를 버튼 하나로 변경할 수 있었다. 일상 속 뉴스로만 듣던 기술을 직접 머무르면서 경험하니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 기술이 어느새 가까워진 듯하기도.



아랫채는 거칠고 소박한 돌집을 재현해 내었다고 한다. 돌집은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테라피적 요소들로 채워져 있었다. 마사지 베드와 아로마 오일, 그리고 명상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조도. 가로로 길게 난 창은 여름날의 풍경을 그림처럼 담아내었다. 



여름의 열기가 조금 식을 때쯤 바깥으로 나와 누워 보았다. 특별한 것 없이 하늘을 보고 누워 있을 뿐인데 참으로 평온한 시간이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 때에 구름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색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시간을 두고 무언가를 바라볼 여유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괜스레 씁쓸해졌다. 그래서 더욱 이 순간이 소중해질 수밖에.



기록을 정리하던 중, 밭담집을 방문한 다른 친구로부터 선물같은 사진들과 영상을 받았다. 겨울의 밭담집이란다. 공간 주변의 감귤밭이 열매를 맺은 모습이다. 이 사진을 받으니 벌써부터 이번 겨울이 기다려진다. 노란 감귤 나무에 둘러싸인 밭담집을 실제로 본다면 정말 아름답겠지!



밭담집에 머무르는동안 매순간이 신선했다. IoT와 공간의 결합, 그리고 자연의 품 안에서 공간이 일러주는 쉼의 방법을 따라가면 어느새 마음이 가득해진다. 머무르면서 입버릇처럼 말했던 내 한마디, '이게 건축가가 만든 공간이 아니라고?'. 단순히 스테이를 큐레이션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테이를 직접 설계하는 플랫폼이라니. 이러한 스테이폴리오의 행보가 나에겐 꽤 충격적인 발상이었고 동시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한계는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라던데 나도 모르게 나의 한계를 정해버렸던 것은 아닌지. 여러모로 신선함이 가득했던 그해 7월의 여름날을 여기서 마친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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