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삶을 존경해요

조용한 숨결

by 지향

며칠 전, 서울의 큰 언니 곁에서

이박삼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수술 뒤의 회복기라 언니는 대부분 누워 지냈고,

나 또한 그 옆에 나란히 누워

조용한 숨결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조카들이 다 떠난 호젓한 공간에,

따스한 햇살이 머물고

언니 내외와 잔잔한 휴가를 보내는 기분이었다.

언니는 오 남매 중 맏이로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일찍 학업을 중단하고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

결혼 후에도 아내와 며느리로 엄마로서,

자신을 뒤로 미루는 삶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다.

팔십 인 언니가 천천히 그런 기억들을 되짚을 때면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릴 때의 상처일수록, 그 상흔에서 자유롭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난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난 또 다른 진실을 함께 보고 있었다.

소녀 가장 같은 삶을 희생양이 된,

슬프고 불행한 삶이라고 듣고 배웠었다.

그러나 언니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지금,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삶이

어찌 초라하고 가엾기만 한 것일까?"

유약한 소녀의 헌신과 수고로

더 어린 동생들의 생명과 한 가정을 지켜낸,

거룩하고 신성한 삶임을 또렷이 알아차리고 있었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그럴듯한, 많은 것을

성취하는 삶이 더 멋지고 존엄해 보이도록 배워왔다.

그래서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었다.

그땐, 그들 역시 같은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사는

같은 삶임을 전혀 보지 못했었다.

그때의 나는 생명 자체가 신성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삶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주어지는 것임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각각의 삶이야말로

진정, 거룩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삶임을 알기까지

긴 세월이 흘렀다.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의 삶을… 진심으로 존경해요!!"

"언니도 스스로를 존경하기를 바라요"

고요한 방안에

오래

그 말이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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