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멈춘 생명
남편과 나는 4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첫 결혼인데,
남편은 가끔 내가 세 번째 여자 같다고 말한다.
결혼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일상도 부부 관계도
점점 지루하고 권태로워 쩔쩔매던 시절이 있었다
존중보다는 고집이 앞섰고,
즐거움보다는 옳고 그름을 주장하던 우리였었다.
돌이켜보면,
발달이 멈춘 아이처럼 미숙했다.
성장을 멈춘 생명은 신선함 대신,
왜곡된 습관의 일상에 머문다는 사실도
그때서야 받아들여야 했다.
오래전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조심스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앞으로도 계속 변신할 것 같아,
기대해도 좋아"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 지금 두 번째 여자랑 사는 기분인데
앞으로는 세 번째 여자랑 살게 되는 거야?
그의 센스 있는 유머에 살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왜 남편에게 '새 여자' 같은 느낌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마도 나 자신과 연애하는 감각이 되살아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했다.
나의 가슴속 깊은 이야기를 누구 보다 먼저,
내가 경청하고,
내가 어루만지며
나 자신과 다시 만나는 설렘을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과는 전혀 설레지 않으면서,
누군가와의 설렘을 바라던 예전의 어리석음을
이제는 웃으며 돌아본다.
요즘 나는 다시 남편에게 말한다.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점점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세월만큼이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는데,
어찌 지혜로워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사랑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다른 무엇이
과연 있겠느냐고 농담처럼 묻곤 한다.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난 여전히 무한 변신이 가능한 존재야"라고.
벅찬 가슴을
고요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