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순수

by 지향

남편은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앞으로 더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지금처럼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러다 어느 날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불쑥 꺼낸다.

"거래가 아닌, 순수하게 내가 그리워 나를 찾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나 또한 다를 바 없으니

이제는 떠나도 좋은 때가 된 것 같아"라고.

건강과 자유를 누리는, 그리고 순수한 한 사람이고

싶은 삶의 애착에 느닷없이 자조 섞인 돌을 훅 던지는 그의 가슴이 다가왔다.

황량하고 스산한 바람이 내 안으로도 스며들었다.

나는 안다

그 마음의 결을.

한없이 소중한 삶이면서도,

너무나 덧없던 삶의 애증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조용히 내게 물었다.

"어떻게 그 복잡한 마음들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기뻐하게 되었니?"

나도 마찬가지였었다.

나를 세상의 조건을 떠나 순수한 한 생명으로,

무조건적으로 즐거워하는 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랑에 늘 목말랐고 그리웠었다.

마침내, 그런 한 사람을 만났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러자 빈 가슴이 조금씩 채워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수백만의 박수와 환호가 있어도

텅 빈 가슴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아무도 없어도

나 한 사람만 단단하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남편은 육이오 전쟁 끝자락에 태어났다.

시대적인 궁핍과 결핍 속에서 자랐고, 그래서 풍요를 향한 열망이 컸다.

젊음을 바친 혹독한 대가로 눈부신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긴, 눈부신 풍요란 순전히 나의 느낌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빈 가슴일 땐, 풍요 속에서도 풍요를 느끼지도, 누리지도 못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난 다른 질문을 품고 살았다.

인간이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 흔들리지 않는 답을 갖고 싶었다.

이 질문들은 여전히 나를 깨운다.

나는 지금도 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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