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번 끝났던 사이였다.
저녁 식사 후, 물길을 따라 남편과 함께 한 시간 남짓 걷는 일은 거의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칠흑 같은 어둠 위로
별빛이 은은하게 흐르고,
때론 휘영청 뜬 달빛이 사방을 촘촘히 비춘다.
겨우내, 남편의 외투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그럴 때면 남편의 큰 손이 내 손을 꼭 감싸며
호주머니 속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만의 따뜻한 교감이 오갔다.
장갑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아이처럼 즐거운 친밀감이다.
우리 부부는 지금도 같은 침대를 쓴다.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라는
내 삶의 철학은 이곳에서도 그대로였다.
서로 다른 수면 패턴 때문에 불편한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를 쓰다듬고 보듬는, 그 은밀하고 특별한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남편은 때때로 혼자인 것처럼 핸드폰의 볼륨을 크게 해 내 잠을 깨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정하고 정중하게 내 필요를 조용히 전하곤 한다.
나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글쓰기이다.
내 글을 가장 먼저 읽고, 애정 어린 비평과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도 언제나 남편이다.
젊은 시절엔 사소한 대화에도 쉽게 부딪치곤 했는데,
지금은 정치든 철학이든 어떤 주제라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돌아보면 내가 그랬듯,
대부분의 가족 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짜증과 핀잔이 오가는 습관적인 관계로 변해간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연인 관계는 조용히 막을 내린다.
나는 그 분기점을 다시 넘어서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연습했다.
삶은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가르쳐주는 스승이었다.
힘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그 힘은 그저 번드르르한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 또한 신뢰와 존경이 빠진 채, 겉모습만 남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런 통찰은 기쁨이자 동시에 아픈 자각이었다.
내 힘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자연이 건네준 선물임을 조용히 고백하면서부터였다.
오늘도 나는 저절로 들고 나는 숨을 알아차린다.
내가 빛임을 누리면서
우리 모두가 같은, 빛임을 즐거워한다.
나는 오늘도
기쁨과 감사로 조용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