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하여

by 해피나우

<시간이 없는 세상 by 해피나우>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발간된 글에 덧붙이기에는 긴 이 생각을 단편으로 보탭니다.


https://brunch.co.kr/@stayinit/21



나이에 상관없이, 문득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하나의 그림처럼 바라보는 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그림이 얼마나 성실하게 나답게 채워져 왔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아직 주어지지 않았던 것들을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위로가 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모퉁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한때 꿈으로만 남겨두었거나 두려움에 미루어 두었던 길일 것이다. 그곳에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디뎌보는 것. 너무 급히 스쳐 지나온 풍경이 있다면, 가까이 다가가 천천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몇 발짝 물러서서 전체를 다시 바라보기도 하고. 그리고 유난히 마음에 빛나던 한 장면이 있다면, 다시 그 앞으로 다가가서 며칠 이라도 머물며 그때의 그 냄새와 색의 온도를 음미해 보기도 하면서…

Netherlandish Proverbs by Pieter Bruegel the Elde (1559)

시간이 우리를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질수록, 삶은 오히려 더 깊고 또렷해질 수 있다. 끝이 보인다는 사실이, 이 한 장의 그림을 마지막까지 정성껏 완성할 기회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아 있는 시간의 길이 보다는,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온기와 시선을 믿어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은 다 완성된 뒤에야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마지막까지 덧칠하고, 고쳐보고, 다시 들여다보는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