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의 소리 없는 전쟁
일요일 아침
“오늘 햇살 좋다.”
내 말에, 아내가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우리는 커피를 내려 머그컵 가득 따뜻한 물을 채워 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부드러운 볕 아래서, 마당은 이미 나름의 시간을 시작한 듯 보였다.
나는 습관처럼 배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잠깐… 저거 봐.”
“뭐?”
배나무줄기를 따라 아주 작은 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찰개미 몇 마리.
“개미들이 올라갔네.”
“벌써?”
아내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봄 붙여둔 끈끈이가 겨우내 힘을 잃은 모양이었다.
“길 만들기 전에 막아야겠다.”
“응, 지금 해야지.”
커피는 잠시 옆에 내려놓고, 우리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묵은 테이프를 벗기고, 새 끈끈이를 감았다.
“이쯤이면 못 올라오겠지?”
그리고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소리 없는 전쟁이네.”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꽃은 피는데, 밑에서는 전쟁이야.”
배꽃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하얗게 피어 있었다.
흐드러진 배꽃이 살랑살랑 바람을 타며, 여러 가지 모양의 벌들과 하얀 나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우리는 마당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작년에 보았던 풀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 왔네.”
“데이지도 있고.”
“이거 봐, 광대나물도 숨어 있네.”
“큰 봄까치꽃도.”
“배나무 밑에 봐, 포도히아신스도 두 대 올라왔네.”
마치 작년에 인사했던 얼굴들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낯익은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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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네, 다.”
내가 말하자, 아내가 웃었다.
“여기 살던 애들이니까.”
그런데 그 사이로 낯선 것들이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나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로즈마리 같은데?”
“우리가 심었나?”
“응. 근데 꽃은 첨보네”
조금 더 옆으로 가니 또 다른 아이가 보였다. 가느다란 줄기 끝에 매달린 꼬투리들이 햇빛을 받고 있었다.
“이건?”
“아… 이건 찾아보니 털냉이라고 좀 위험한 애 같은데…”
“씨 엄청 튀기면서 퍼져서 그냥 두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대.”
그리고 마지막 하나.
“이건 귀엽다.”
“개별꽃? 별꽃 이라는데?”
“이건 둬도 되겠지?”
“응, 괜찮대“
우리는 잠깐 서서 그 셋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 건가?”
내가 물었다.
아내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나는 돌려보내야겠다.”
“그래야 하나?“
아내는 이내 쭈그리고 앉아 그 식물을 조심스럽게 뽑아냈다. 뿌리가 생각보다 얕았다.
“미안하지만…”
내가 중얼거리자,
아내가 웃었다.
작업은 금방 끝났다.
남은 두 손님은 그대로 두었다.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말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이런 손님들은 계속 오겠지?”
”그렇지 않을까? “
“오고, 또 가고.”
“어떤 애는 자리 잡고.”
“어떤 애는 그냥 지나가고.”
”또 어떤 애는 쫓겨나고 ㅋㅋ“
“그래도…”
“고를 수는 있잖아.”
“들여놓을 손님.”
“남길 것들이랑.”
우리는 다시 마당을 둘러보았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많은 것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좋다.”
내가 말했다.
아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응. 이 정도면 좋아.”
먼저 거실로 들어가며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근데 알지? 오래 못 두는거. 민들레 홀씨 나오면 안 되니 그전에 잔디 한번 깍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