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밤
밀레니엄 힐튼 서울, 2021년의 밤
수채과슈
2026.1.7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1년 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문을 닫기 전, 내 생일을 기념해 이곳에 묵기로 했다.
내가 한 살을 더하던 때에, 이 호텔의 남은 시간은 1년정도였다.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참 좋았다. 한양도성과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었다.
낮에는 예전 회사에서 좋아하는 팀장님을 불러 창밖을 함께 바라보며 캔 맥주를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고, 방은 다시 고요해졌다.
어둑해지자, 남산타워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왔고, 한양도성 둘레길에도 군데군데 조명이 켜졌다.
주변 건물들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생일을 기념한다고 왔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이 호텔을 조용히 배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호텔이 곧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을 붙잡아 두고 싶어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을 찍는 걸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 안의 불을 끄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봤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금세 잊힐 것 같아 더 오래 담아두고 싶었던 밤이었다.
그래서일까, 2021년의 생일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