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으로 살아가려 마음먹은 것, 그 후에 수많은 계획들을 행동으로 옮기며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에 욱여넣는 모습. 결국 그 삶에서 튕겨져 나오지만 자신의 삶을 영위해 갈 자신이 없는 경선. 왜 그녀는 본인이 아니어야만 했는가. 무엇이 본인을 자신의 삶에서 밀어냈는가.
말끔한 얼굴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회 속에 방치된 외로운 괴물이 된 경선에게 내가 동정의 마음을 품어도 될까? 그녀의 만행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그래선 안되지만),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발버둥 치려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경선이 본인의 존재는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삶은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처참하게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인생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행복 속에 고난을 넣으면 그것은 거짓 인체 묻힐 수 있지만, 고난 속에 행복을 넣으면 그 행복은 끝내 고난들에 잡아먹히고 마는 것 같다. 이 모순을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파헤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