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고 교만하지 말고 적다고 낙심하지 말라던 어느 누구의 말을 기억한다. 지금에 와 돌아보니 떠나지 않을 것 같던 이는 가차 없이 내 곁을 떠나버렸고, 떠날 줄 알았던 이들이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아홉 개의 좋은 점들이 한 개의 나쁜 점을 이겨내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며, 비단 변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고락을 함께했던 이들을 생각할 때 마음에 차는 감정은 분노도 아쉬움도 아니었기에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가지가지 없어질듯한 추억들은 이따금씩 가볍게 나를 꾸짖곤 했다. 계산을 잘 하는 이들을 부러워하던 날들 속에서 비통한 애통을 꺾을 용기는 사라져버렸다. 티끌도 진정성이 있다고, 그러니 타인의 티끌을 보지 말고 내 속의 들보를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커지니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마음의 문제는 정말로 생명과 관련이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유익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배설물과 같이 여기게 된 나를 꾸짖을 이는 이제 더이상 없었다. 내게 잠에서 깨어나라 했던 이는 아직도 꿈속을 헤매이고 있다. 확신을 주지 않고 마음을 얻어내려 했었다니 꽤나 우스운 일이다. 모난 것들에 나의 손을 올릴 때 전해지던 편안함을 기억한다. 이제는 편안함보다 평안함을 추구하고 싶어졌을 뿐이다. 나를 향한 믿음의 크기를 탓하기 이전에, 개인의 역사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