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과연 우리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할 수 있을까

by STAYTRUE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작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전작 <자유의 언덕>의 특이한 영화의 구조를 뛰어넘어 더 독특한 구조로 찾아온 영화이다. 영화감독인 함춘수(정재영)가 특강을 하기 위해 수원에 오지만 일정을 잘못 전달 받아 하루 일찍 오게 되면서 화성행궁을 들려 화가인 윤희정(김민희)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하루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영화의 중반이 되어서 다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새로 시작한다. 다소 당황스러운 이 나뉨은 2부가 진행되어 가면서 영화의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는 이 영화는 비슷해 보이지만 춘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각기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걸 볼 수 있다.

1부에서의 춘수는 다소 솔직하지 못하고 가식적인 듯한 말투를 많이 내뱉는다. 형식적인 말들로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희정의 작품에 대해서도 자신이 전해 했던 말들을 이용하여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1부의 끝으로 갈 즈음 희정의 지인인 수영(최화정)에 의해서 유부남이라는 것과 여성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이것은 보라(고아성)을 보며 춘수가 하는 말로도 유추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희정의 마음은 변하고 1부가 끝이 난다.
반면, 2부에서는 1부와 많은 것이 비슷해 보이지만, 카메라의 방향도 조금씩 다르고 춘수의 말과 행동도 미세하게 다르다. 이런 변화로 인해서 결과적으로는 큰 변화를 생기는 걸 알 수 있다. 1부와 같은 상황 속에서 조금씩의 변주가 일어나는 것인데, 희정의 작품을 보고 1부와는 다르게 냉철한 관점으로 솔직하게 말을 한다. 그 당시의 희정은 화를 내며 기분 나빠하지만 그렇게 솔직하고 진솔한 면이 쌓여가면서 춘수에 대한 희정의 마음은 커져간다. 1부에서도 나오는 둘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잡은 장면은 하이라이트 장면인 것 같다. 2부에서 자신이 유부남이고, 자식이 둘이나 있다는 것을 자기 입으로써 고백함에도, 또 수영과 영실(조영화) 앞에서 술에 취해 옷을 다 벗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됨에도 희정은 그에 대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또 그 전에는 전혀 춘수의 영화를 보지 않았던 희정이 다음날 춘수의 영화를 보게 된다. 그만큼 춘수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부에서 춘수가 희정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이 유부남 임에도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단순히 말의 차이가 아닌, 그 사람이 그간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상대방에게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1부의 춘수를 욕할 수만은 없는 것은 세상엔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영화는 1부와 2부가 평형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의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보이스 오버’의 활용인데, 1부에는 처음부터 춘수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반면 2부에서는 보이스 오버가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만큼 1부의 춘수는 솔직하지 못한 편이 되니까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의 속마음을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춘수가 행동하는 것들에 대한 성명으로 볼 수도 있고, 그의 선입견들을 들려주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신이 춘수에서 희정으로 변경된 것은 당시의 상황 때문이라는 점은 홍상수 감독의 방식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이런 방식들이 어떻게 보면 자칫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만드는 방식과 내용물이 싱겁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본 후에 그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그밖에 많은 것들을 통하여서 그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전하는지 알 수 있다. 술을 먹는 장면을 찍으면서 진짜 술을 먹으며 더 리얼하게 담을 수 있는 것도 참 좋은 것 같고 더욱 개성 있는 구조를 보이는 것도 참 좋다. <자유의 언덕>보다 더 좋아진 이번 영화인 만큼 여름에 촬영했다는 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예고편으로 접했을 때 나는 춘수와 희정이 일본어로 대화를 하는 줄 알았으나,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거꾸로 돌려도 말을 하는 것 같고, 변하지 않는 둘의 감정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그리고 영화의 1부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라면 2부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볼 수 있는데 2부의 결말에서 춘수와 희정의 뭔가 변화된 것 같은 태도에 대한 결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언제 어디서든 지금은 맞을 수 있고 그때는 틀릴 수 있는 것처럼. 언제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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