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가득 베어 물고
영화는 매건(강아지)을 찾아 헤매는 프랭키 아빠 딘(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고 있는 신디(미쉘 윌리엄스)를 깨우는 딘의 모습은 굉장히 아이 같은 모습이다. 신디가 출근하면서 프랭키를 데리고 가면 집에 홀로 남는 딘의 모습을 보면 이 가정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리 평범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는 결혼 전과 후를 병치하여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는데, 결혼 전은 가장 찬란하고 달콤했던 딘과 신디의 모습들을, 후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많이 빛바랜 둘의 사랑의 간극을 이 플래시백으로 더욱 대조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결혼 전 이삿짐센터 일을 하던 딘은 동료들과 함께 남자가 여자보다 로맨틱한 것 같다며 여자는 조건 좋은 남자를 고른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실제 모든 여자들이 그렇다는 것보다는 무능한 딘이 가진 자격지심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반해 신디는 의사가 되기를 꿈꾸는 대학생이다. 그런 딘과 신디가 서로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만나고 있던 바비의 아이를 임신한 신디는 바비와의 관계를 끊고 딘과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신디는 꿈과 목적이 있는 여자지만 그녀의 첫 성관계 때의 나이가 13살이었고, 그 후에 25명의 남자와 관계를 했다는 사실은 신디의 보여지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중절수술을 받으러 갔다가 차마 수술을 하지 못하고 나온 신디를 기다리던 딘은 그녀를 안아준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되자고 한다. 이렇게 로맨틱하고 다정한 모습은 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렇게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준 뒤 다시 볼 수 있는 장면은 지독하게 현실적인 둘의 결혼생활의 모습이다. 찌질남으로 전락한 딘과 이기적인 신디의 모습은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관계를 위해 딘은 모텔방을 예약해 신디를 데리고 가는데, 방의 이름이 미래의 방이다. 하지만 그들의 불안정할 것 같은 미래처럼 방의 모습은 어둡고 기괴하다. 그곳에서 다시 둘은 어긋나버리고, 나는 누구의 남편을 될 생각도, 아빠가 될 생각도 없었다는 딘의 대사를 통해 굉장히 무책임한 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딘을 보고도 신디는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회들을 회피할 뿐이다.
영화는 우울함을 뜻하는 블루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한다. 영상 자체에 푸른색이 많이 깔려 있음을 통해 그들의 삶이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파란 페인트가 묻은 딘의 손등을 신디가 어루만지지만 그마저도 거부해 버리는 딘. 이렇게 둘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비극적인 사랑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단절된 관계는 딸이라는 가장 소중한 공통의 매개체를 통해서도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헤어짐의 순간에 교차하여 보여주는 장면은 둘의 결혼 장면인데, 그때의 약속과 모든 맹세들을 서로 지키지 못한 채 무너지고야 마는 가장 아픈 장면인 것 같다.
이 관계의 결말은 누구의 잘못인 걸까. 모든 사랑의 끝이 이렇게 비극적이지는 않겠지만, 이 비극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랑을 맞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결혼은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관통하며 결코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만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영화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로를 향한 헌신과 양보, 그 외의 것들이 더해진 쌍방의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이다. 낭만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따지거나, 둘 중 누가 더 현실적이었냐, 누가 더 사랑했냐를 따지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저 영화는 부부라는 것이 가지는 각자의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연애에선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결혼 후에 문제로 드러나는 점에 대해서도, 결혼이라는 것에는 여러 면에서의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이다. 사랑 영화가 늘 그렇듯이 사랑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리 신파적이진 않지만 보고 난 후에 쓸쓸한 슬픔이 마음 깊이 내려앉는 이 영화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한입 가득 베어먹은 듯하다. 사랑의 가장 아름답고 가슴 아픈 단적인 면을 잘 보여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