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잃어버린 시간이 있나요?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는 1998년 이후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지면서 1995년 일본 현지 개봉을 한지 4년 뒤인 1999년 국내 정식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최고 흥행한 일본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러브 레터>는 이와이 슌지가 잡지 <월간 가토가와>에 연재했던 것이 시작이었고, 영화가 제작되면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사랑했던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가 등산 중에 조난으로 죽은 지 2년째, 아직 그를 잊지 못하는 히로코는 추모식 날 그의 집에서 우연히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에 보게 된다. 거기에 적힌 이츠키의 옛 주소로 그리움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보내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놀랍게도 자신이 보낸 편지에 답장이 오자 히로코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고싶은 마음에 다시 편지를 보내게 된다. 세상을 떠난 그에게 보낸 편지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이름으로 답장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츠키군의 중학교 동창 중 동명의 인물 이츠키 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으로 인해 주소를 잘못 적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은 계속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이츠키 양을 통해서 히로코는 이츠키 군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알게 된다. 이츠키양 역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츠키 군과의 추억들을 기억에서 꺼내게 된다. 또 히로코는 이츠키군에게 있어서 이츠키 양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히로코와 이츠키 양은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사이임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갖게 된다. 이츠키 양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히로코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츠키가 자신을 사랑했던 이유가 첫사랑의 얼굴을 닮아서라는 것을 알고는 슬퍼하는데 이 장면 또한 히로코가 얼마나 이츠키를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어 더욱 뭉클해진다.
영화는 이츠키 양이 쓴 편지의 내용들을 에피소드로 보여주는데 우연히 전달된 한 통의 편지를 통해 이츠키 양이 자신도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추억들에 대해 다시금 꺼내보게 해준다. 결국 그 퍼즐 같은 에피소드들이 마지막 장면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 속에 이츠키 군이 넣어두었던, 도서 카드 뒷면에 그려진 이츠키 양의 그림으로 인해 모아지게 된다. 이렇듯 이츠키 양은 자신이 이츠키 군의 첫사랑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속에서 과거 자신의 이츠키 군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반면에 히로코는 이츠키가 생을 마감했던 산을 바라보며 외친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메아리로 울려 퍼지며 등장하는 장면은 누워있는 이츠키 양의 모습이다. 그녀 또한 똑같은 대사를 하는데, 이 장면은 히로코의 외침이 죽은 이츠키에게 전달되어 돌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도 한다.
비록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사랑, 또 그 대상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진 않지만 이츠키양에게도, 히로코에게도 그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기에 히로코는 그를 원망하지 않고 그저 사랑했던 그대로 보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설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에 포근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코끝을 찡하게 하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다.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장 아름답고 먹먹한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