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사랑

by Surelee 이정곤

손끝 사랑 / 이정곤


나이 들면서 손과 발의 힘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그라든다.
내 손끝의 감각이 생기를 잃고 그 기운이 낙엽처럼 내몸을 떠난다.
내 발끝의 힘은 햇살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흘러내린다.
내 지병 탓인지 그렇게 점점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내몸의 감각은 파도에 지워진 모래 위의 그림처럼 흔적없이 사라진다.
그 공허함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손길을 떠올린다.
어머니의 사랑과 비슷한 그런 손길이 내삶을 버텨내는 힘이다.
밥을 짓고, 옷을 개고, 아픈 이마를 어루만지던 따뜻하고 분주한 어머니의 손길처럼.
그 손끝에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이 있었다.
생명을 끌어안는 숨결이 묻어 있었고, 온기가 머물러 있었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한 깊은 배려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깨닫는다.
그 손끝의 사랑은 어머니의 헌신을 닮은 누군가의 마음이다.
타인에게 내민 간단한 커피 한 잔,
누군가를 위해 담백하게 차린 밥상,
그 모든 소소한 일상의 손길 안에도 어머니의 사랑처럼 거룩한 헌신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커피 한 잔을 내밀기까지, 물을 끓이고, 봉지를 자르고, 온도를 살피는 수십번의 손길이 오르내린다.
반찬을 나누기까지,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고, 간을 맞추는 일까지 수백 번의 손길이 이어진다.
그 모든 작은 행위들은 결코 작지 않다. 타인을 위한 세상의 어떤 일도 간단하거나 쉬운 일은 없다.
그건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전하는 손끝의 언어다.
소리 없는 사랑이고, 침묵 속의 헌신이다.
세상은 큰 소리로 존재를 증명하라 말하지만, 정작 나의 삶을 따뜻하게 하는 건 언제나 작고 조용한 그 누군가의 손끝이다.
지금 그런 사람이 내게 내미는 사소한 배려, 작은 나눔 속에 깃든 마음 하나가 나에게는 하루를 견디게 하는 사랑이 된다.
어머니의 손끝에 그토록 간절한 사랑이 있었듯이, 이제 나는 그런 사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손끝에 머물러 있음을 안다.
그것이 내 삶을 뜨겁게 달구고, 감사로 하루를 채우는 내 생명의 약동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손끝이 되기를 갈망하며 어깨를 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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