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채우는 나의 글쓰기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Surelee 이정곤

여백을 채우는 나의 글쓰기


“내 글을 읽다보면 삶의 여백을 알게 되지. 그러다 보면 심성이 맑아지거든.”


이것이 내가 꿈꾸는 글쓰기다.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글을 시작했다. 다만 파킨슨병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제대로 버티고 싶었다. 삶이 내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져올 때, 답을 찾기보다 먼저 기록했다. 잊히지 않으려는 듯 흩어지는 마음의 조각들을 붙잡았다. 글은 내게 도피이자 숨구멍이었고, 동시에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문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곳은 전라남도 영광, 군남면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귀촌 4년 차, 이곳은 내 글의 배경이자 토양이 되었다.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 바람의 붓질로 그려진 하늘을 본 날, 나는 자연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작가임을 깨달았다. 이웃과 밥상을 나누고, 텃밭의 풀을 뽑으며 허리를 곧추세운 날, 나는 ‘함께 살아간다’는 말의 무게를 배웠다. 마을의 계절과 사람들의 얼굴은 그렇게 내 글에 스며들었다.
내가 다뤄온 주제들은 서로 닮아 있다.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차분한 양보로 바라보았다. 비움을 허무가 아닌 지혜의 균형으로 기록했다. 틈새를 결핍이 아니라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숨결의 통로로 보았다.
그리고 숫자 ‘3’은 내 글 전체를 관통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두 개의 마음이 있지만, 그 사이를 잇는 또 하나의 마음이 있어야 관계가 살아난다. 세 가닥의 줄이 하나로 엮여야 쉽게 끊어지지 않듯, 삶도 관계도 글 또한 ‘셋’의 균형 속에서 완성된다.
돌아보면 내가 써온 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어떻게 살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브런치 작가로서 나는 이 질문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내 글은 지식을 전하는 통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여백을 발견하려는 기록이다. 냉장고 속에 잠자던 굴비, 텃밭에 핀 민들레꽃, 바닷가의 바람 한 줄기 속에도 그 여백이 숨어 있음을 드러내고 싶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쳐 무너진 날, 내 글이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삶의 여백을 발견해 낼 수있다면, 글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것이다. 오래전 나를 붙들어주던 글처럼,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붙들어주는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는 내게 새로운 무대다. 이곳에서 나는 영광의 바람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철학과 시가 만나는 지점을 꾸준히 기록하고자 한다. ‘귀촌인의 일상’이라는 현실과 ‘숫자 3의 비밀’ 같은 사유가 만나고, 죽음과 삶, 고독과 연대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글로 엮어내고 싶다.
내 글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그 텅 빈 여백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 믿는다. 끝나지 않는 여정, 이어지는 대화, 삶의 결을 따라 흘러가는 기록들이 언젠가 “여백은 곧 가능성”임을 증언할 것이다.

그렇게 나의 글들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여백을 남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틈새에서 피어나는 풀꽃처럼,
비워진 그릇에 채워지는 따스한 물처럼,
조용히 한 사람의 마음에 닿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브런치 작가의 길이다.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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