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환생하다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오랜만에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국민체조를 따라 해보았다.
어깨를 돌리고, 팔을 벌리고, 허리를 숙이는 단순한 동작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다.
흘러나오는 익숙한 음악에 맞춰 팔을 벌리고 허리를 숙여보니, 몸은 어색하게 삐걱거리는데, 마음은 어느새 운동장으로 달려가 있다.
학창시절 아침마다 운동장에 모여 하던 국민체조. 누구도 즐겁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같은 동작을 맞추며 움직이는 풍경은 하나의 의식처럼 남아 있다. 군대 시절에는 또 얼마나 자주 했던가. 몸이 저절로 기억할 정도로 반복했는데, 그때는 지겹기만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다시 해보니, 그 지겨움이 오히려 그립고 정겹게 다가온다.
12가지 동작을 차례로 따라 해본다. 그러나 예전처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두번 째 다리운동과 열번째 뜀뛰기는 내겐 너무 벅차다.
굳어진 어깨, 내려가지 않는 허리, 예전보다 빨리 차오르는 숨. 무거운 세월이 내 몸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젊을 때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여겼던 단순한 동작들이 지금은 작은 도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웃음이 났다. “아, 내가 이제는 이런 동작에도 버거움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구나.” 몸이 알려주는 진실 앞에서 괜스레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아쉬움마저도 달콤한 추억으로 변한다.
운동장에 모여 국민체조를 하던 시절, 나는 일부러 좋아하던 여학생 눈에 띄고 싶어 그녀가 보이는 앞줄을 차지하곤 했다. 그녀가 내 동작을 보았는지, 관심이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설레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빛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사소한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뛰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민체조를 완전히 할 수 있었던 몸과 그 설렘을 품고 있던 마음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늘 그렇다. 가장 좋은 순간을 살고 있을 때는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늘 힘들다 투덜대고, 지겹다 불평하며,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때가 가장 빛났음을 깨닫는다. 국민체조를 따라 하다 보니 그 단순한 진리가 새삼스레 마음에 와닿았다.
오늘 나는 완벽하지 못한 국민체조를 하며 웃었다. 어설픈 동작 속에서도 청춘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고, 잊고 지냈던 설렘이 몸 구석구석에서 깨어났다. 국민체조는 나를 과거로 데려가는 작은 타임머신이었다. 몸은 늙어가지만, 기억은 여전히 젊은 날의 운동장에 서 있다.
삶은 무상하다. 청춘도, 사랑도, 몸의 유연함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추억이다. 오늘의 웃음은 결국 추억이 다시 살아나 준 덕분이다. 언젠가 지금의 이 순간도 또 다른 시간 속에서 그리움으로 환생할 것이다.
오늘 아침 국민체조가 불쑥 내게 찾아온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