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AY2GO 영광

감정의 그늘

빛과 그림자의 경계

by Surelee 이정곤

나는 원래 눈이 작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보는 눈도 남들보다 작을거라 생각했었다.

이제는 눈이 침침해져, 어떤 때는 햇빛에 예민하고 어떤 때는 둔감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시야가 고른지 거친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아침 마당을 거닐다가 백일홍 나무에 흩어져 엉켜있는 햇살과 그림자를 보았다.

그 순간, 슬픔은 그림자와 같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기쁨의 감정을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기쁨은 눈부신 햇살을 닮았다.

그 빛을 받는 순간, 마음은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꽃잎처럼 열리고 만다.

눈부셔 눈을 가리면서도, 가리고 있는 손가락 틈으로 굳이 들여다보고 싶은 빛.

그게 바로 기쁨이 아닐까.

내게 기쁨은 언제나 햇살을 닮았다. 그 빛으로 나는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반면 슬픔은 그림자다.

햇살을 등지고 돌아선 자리마다 그림자가 어김없이 따라와, 어깨를 잔잔히 누르고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그림자는 나를 삼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곁에 머물 뿐이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기쁨이 없으면 슬픔도 없고, 슬픔이 없다면 기쁨도 선명히 드러나지 못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햇살과 그림자가 맞닿는 경계,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 딴에는 그것을 ‘그늘’이라 부른다.

그늘은 햇살만큼 눈부시지 않고, 그림자만큼 짙게 가라앉지도 않는다.

눈부신 햇살에 찡그린 마음이 쉼을얻고, 그림자에 젖은 마음이 숨 고르는 자리라서 좋다.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되돌아보고, 한참 머물다 다시 걸어 나간다.


어제 친구한테 줄 장식품에 물감을 칠하다가 문득 내 감정은 아마 단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이 만나면 번지는 물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의 감정은 이렇게 색과 빛의 농도로 이어지는 스펙트럼일 것이다.

붉은 기쁨이 차올랐다가, 푸른 슬픔으로 물들고, 그 사이에서 보랏빛 그늘 같은 ‘사색’이 스며든다.

나는 오늘도 그 경계를 오가며 살아간다.

햇살을 기다리면서도 그림자를 잊지 못하고, 그림자 속에 앉아 있으면서도 다시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결국 인간의 감정이란, 뚜렷한 단색이 아니라, 물감이 번지고 스며드는 수채화다.

나는 그렇게 번지는 감정의 변화 속에서, 살아 있음의 숨결을 느낀다.

삶은 언제나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에 있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 경계의 색을 알아가는 여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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