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만난 '작심삼일'의 행로

작심삼일 퇴치법

by Surelee 이정곤


​오늘은 오랜만에 해돋는 아침 산책 길에 나섰습니다. 꽃들과 나무들 숨통에 내려앉은 아침이슬이 온통 차갑게 느껴지는 시골 길을 걷다가 문득, 수많은 사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이 '걷기'조차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걷는 것이 몸에 좋다," "하루 30분 운동이 필수다"라는 좋은 가치에 대한 정보는 차고 넘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의지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만약 의지력만이 문제라면, 우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들일 것입니다. 매년 새해마다 굳은 결심을 하고, 헬스장 등록증은 사 모으면서도, 며칠 만에 이불 속으로 돌아가는 스스로를 보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나태'로 치부하기엔 그 실패율이 너무나 보편적입니다. 저는 '작심삼일'의 원인이 우리 안의 '약한 의지'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특성, 그리고 보상의 타이밍이 만들어내는 '인지 부조화'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뇌는 '즉각적인 만족(Instant Gratification)'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건강한 습관은 마치 씨앗을 심는 일과 같습니다. 오늘 땀 흘려 걸어도 당장 눈앞의 뱃살이 줄어들거나 체력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 않습니다. 반면, 달콤한 휴식, 따뜻한 소파, 혹은 자극적인 스마트폰 영상은 즉시적이고 확실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장기적인 건강'이라는 모호하고 느린 보상에 비해, '지금 당장'의 편안함이라는 강력한 유혹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대인의 일상은 이미 너무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나는 비록 영광군의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귀촌해 살면서도 늘상 시간부족이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은 딱딱한 습관처럼 나의 내면에 굳어져서 나만의 느림의 방식을 견인하지 못하는 방해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벽마다 불면증을 몰아내려고 운동이나 명상 같은 '선택적 활동'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에너지를 소비하곤 합니다. 이때, 활동을 위해 필요한 사소한 '번거로움(Friction)'—운동복을 갈아입는 일, 차디찬 아침공기마저 부담으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까지 —강력한 저항으로 작용합니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접근성이 낮으면 지속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진정한 문제는 내가 '완벽주의'라는 함정에 빠진다는 데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하루 1시간 이상, 주 5회 이상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단 한 번의 실패에도 '어차피 실패했으니 다 틀렸다'는 흑백논리로 돌아섭니다. 이렇게 '의지력'만으로 거대한 목표를 밀어붙이려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쉽게 지치고 꺾여 버립니다.

​집근처 배봉산 중턱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독차지한 배재 저수지까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꾸준함은 '강철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현명한 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을 말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1시간의 운동이 아니라, '실패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성공'을 매일 만들어내는 지혜입니다. '일단 신발 신기', '기상 후 5분 스트레칭'처럼 행동의 시작 문턱을 낮추고, 기존 습관에 새로운 활동을 연결하여 생각할 필요 없는 자동적인 일상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생의 건강을 지속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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