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눈물섞인 미소로 돌아온다
유튜브 숏츠 영상을 돌리다가
빛바랜 거리 풍경에 내 눈이 멈췄다.
사진 속에는 지금은 사라진 간판들,
빗물에 반짝이던 골목길,
그리고 나란히 걷는 두 그림자가 나의 추억을 소환했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처음 맞은 휴가,
역 앞에서 눈시울 붉히던 어머니가 말했다.
“살 좀 빠졌네.”
그 짧은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밤이 숨어 있었을까.
시간이 그렇게 한 장면씩 마음에 스며드는 줄은 그땐 몰랐다.
추억은 어떤 날엔
강물처럼 흐른다.
어릴 적, 골목 어귀를 향해
목 놓아 부르던 반려견의 이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친구를 기다리며,
눈물 젖은 얼굴로 아버지를 원망했다.
잃는다는 게,
그렇게 조용한 일이라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한량처럼 사셨던 아버지를 대신해
여름 들판에서 일하던 엄마가
삽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 눈빛은 해보다 더 뜨거웠고,
포목집 상점과 논밭을 오가며 흘린 땀방울은 눈물보다 더 짰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견뎌냈고,
나는 그걸 '어른'이라 불렀다.
엄마의 손은 늘 바빴다.
시장길에서 수박을 사와
웃으며 나눠주시던 그 민첩했던 손.
삶은 옥수수를 신문지에 담아
골목 아이들에게 건네주시던 그 마음.
그 손에 들린 건 언제나 음식이었고,
그 마음에 담긴 건 언제나 사랑이었다.
이웃집 명숙이의 피아노 소리를 숨죽이고 훔쳐듣던 시간,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뽁뽁이를 터뜨리며 어머니를 기다리던 시간,
시장 골목에서 울먹이던 나를
품에 안아주던 엄마의 가슴.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살다 보면,
삶이 퍽퍽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
모든 것이 벅차고 고단할 때.
그럴 땐 누구나
저마다의 추억을 꺼내 든다.
그리고 문득 되새긴다.
그때 내가 사랑받았고,
누군가를 사랑했고,
참았고, 견뎠고,
웃었고, 울었다는 것을.
추억은 과거가 아니다.
그건 내 마음의 가장 따뜻한 장소다.
그곳에 들러 나는 가끔 쉰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다시 웃고,
가닿을 수 없는 장소를 마음으로 걸으며
내가 걸어온 삶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울컥해진다.
그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살아 있어 고맙기 때문이다.
지나온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오늘도 나는 추억을 품고 살아간다.
눈물 섞인 미소로, 그렇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