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AY2GO 영광

내 친구 토니 이야기

삽살개 보이

by Surelee 이정곤

토니와 보이


내 친구 토니 이야기다.

처음 그를 만난 곳은 태국 반끄릇, 바닷바람에 코코넛 향이 스며 있는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토니는 호주에서 온 목수였고, 그의 아내 부사바는 햇살 같은 미소를 가진 태국 여인이었다.

그들은 해마다 계절처럼 호주와 태국을 오갔다.

절반의 시간은 시드니에서 땀 흘려 돈을 벌고, 나머지 절반은 반끄릇으로 돌아와 땅을 일구고 집을 세우며, 나무를 심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삶을 붙드는 또 하나의 고향이었다.

십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품에는 늘 한 마리 개가 있었다.

삽살개 ‘보이.’

그때 보이는 햇볕 같은 눈을 반짝이며 달리고 짖었다.

그러나 세월은 그의 눈빛을 서서히 앗아가더니, 마침내 두 눈의 빛을 모두 거두어갔다.

나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이후에 마주한 풍경에서 더 큰 울림을 받았다.

토니와 부사바는 눈먼 보이를 전보다 더 정성껏 돌보았다.

낡은 자동차를 고치던 손길이 잠시 멈추면, 그 손길은 눈먼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들은 오래된 것을 버리는 법을 몰랐다.

고장이 난 물건은 고쳐 쓰고, 늙고 약해진 생명은 끝까지 곁에서 지켰다.

토니의 마당은 작은 박물관 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오토바이, 녹슨 자동차, 빛바랜 그림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것들이 그의 손에 들어오면, 다시 숨을 얻었다.

그는 그것들을 결코 ‘고물’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저 “이 녀석, 다시 살아나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수리라 하지 않고, 살아난다고 했다.

그에게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숨을 쉬기를 기다리는 또 다른 존재였다.

얼마 전, 메신저로 사진이 하나 날아왔다.

낡은 수상보트 위에 몸을 굽힌 토니의 뒷모습.

손때 묻은 나무판을 닦고, 부품 하나하나를 맞추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확신했다.

그는 물건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

한 번 품은 존재는 결코 놓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를 향한 그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을 보지 못하는 개에게 그는 늘 일정한 목소리와 손길을 건넸다.

보이는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지만,

토니와 부사바의 손길, 그 무언의 애정은 누구보다 선명히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부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

낡고 부서진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는 삶.

그것은 욕심도 집착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버티고, 함께 살아가는 일이었다.

나는 살아오며 너무 쉽게 ‘쓸모없음’을 말했고,

너무 성급히 ‘끝’을 선언했던 기억이 많다.

하지만 토니는 달랐다.

그는 부서진 것에서 가치를 보고,

늙은 것에서 사랑을 배웠다.

아마 올가을, 반끄릇의 따사로운 오후 햇살 아래,

보이는 여전히 조용히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빛은 잃었지만, 사랑은 가득한 하루.

그 곁에는 또 다른 생명을 살려내는 토니가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 봄 반끄릇 방문에서 나는 그들을 보지 못했다.

지금 그들은 호주에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토니와 보이, 그리고 그들이 가꾸던 삶은 따뜻한 빛처럼 살아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 계절이 오면 반끄릇의 햇살 아래, 토니와 보이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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