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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생담 Oct 08. 2024

여행으로서의 글쓰기

창작 노트

나는 글쓰기를 종종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계획은 계획일 뿐 여행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계획을 대충 세웠거나 아예 세우지 못했더라도 일단 여행을 떠나는 게 글쓰기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글쓰기란 글을 쓰는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간혹 오랫동안 계획만 세우거나 반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글을 못 쓰사람이 있는데 그런 분에게 나는 일단 쓰면서 생각하라고 말해 준다. 물론 나도 간혹 그럴 때가 있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도 해 주는 말이다. 계획도, 생각도, 고민도 글을 쓰면서 하라! 다만 한 줄이라도 써 놓고 다음 줄을 고민해야 한다. 글감을 정하지 못했든 설정이 덜 되었든 구성이 부족하든 어쨌든 한 줄이라도 시작하고 나서 계획을 하든 고민을 하든 모색을 하든 하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종이나 컴퓨터 파일 두 개를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종이나 파일 한 쪽에는 자유롭게 메모를 하고, 나머지 한 쪽에서는 첫 문장부터 글을 쓰고 다음 문장을 고민하는 게 좋다. 즉, 계획을 세우며 동시에 여행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하루에 원고지 15매~30매 분량을 정해 놓고 꾸준히 쓴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장면이 막힐 때는 쓰고 싶어도 못 쓰기 때문에 이렇게 일정 분량을 꾸준히 쓰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렇게 정해 놓았는데 막혀서 못 쓴다면 부담감 때문에 더 못 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부터 한 줄이라도 진도를 나가는 데 목표를 두고 글을 써 왔다. 순조로울 때는 많은 분량을 쓸 수 있지만 막힐 때는 진도를 한 줄만이라도 나가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줄 쓰고 고치고 다음 줄 쓰고.... 그러다 보면 의외로 부담 없이 진도가 술술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거나 계획만 세우지 말고 일단 한 줄을 쓰며 생각하라. 이것이 여행으로서의 글쓰기이다. 한 줄을 쓰고 고치고 다음 줄을 쓰고 고치고, 아니다 싶거나 방향이 잘못 되었다 싶으면 지우거나 버리고 다시 한 줄 쓰고 고치고 다음 줄 쓰고.... 오늘도 나는 작가로서의 여행을 그렇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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