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처음이고 싶었다.

아이들과의 일상 #1

by 지푸라기


나로 인해


세상에 갑자기 데뷔하게 된 아이들이 있다. (2017 연식, 2020 연식 두 개)


그 아이들에게 항상 처음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아이들과 항상 처음을 같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나 어떤 것 안 해봤어

나 어떤 것 안 먹어봤어

나 어디 안 가봤어


라고 말을 할 때면


내가 나서서 아이들을 그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야겠다는


아버지로서의 사명감이 갑자기 뿜어져 나오고


그것을 기어이 해버린다. (빨리 해야 함. 안 그러면 내가 처음이 아닐 수 있음 ㅎ)




지난 주말에


아직 스케이트를 타본 적 없다는 첫째 아이의 얘길 듣고


우리 집 인근의 원마운트라는 겨울스포츠 전용 테마파크로 달려갔다.


다섯 살, 여덟 살, 그리고 마흔 백만 스물네 살 셋이서


스케이트를 대여해서 갈아 신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춤을 추듯 허우적거리며


빙판을 누비었다.


이렇게 아이들의 처음을 같이 하고 나서


그날 장장 4시간 동안 아이스링크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의 모든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우고 나서


허리가 부수어질 것 같은 통증을 갖고


만족스럽게 마무리한 후


주차등록을 하기 위에 줄을 섰는데


내 앞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차번호를 누르는 순간


차가 주차되어 있던 시간 : 9시간 30분


"와~ 이 아주머니분은 이 추운 데서 아이들과 9시간 이상 놀기 위해 두 끼나 먹고 버틴 게 틀림없어 ㅠㅠ"


"난 글렀어~ 더 불태웠어야 해 ㅠㅠ "


아무튼 그렇게 아이들의 아이스링크 첫 경험을 완료하였다.




지난여름에는


나 : "**아 캠핑 가봤어?"


아들 : "아니, 그런데 캠핑이 뭔지 나도 알아 유튜브로 다 봤어~"


나 : "네가 유튜브에서 본 게 뭔데?"


아들 : "그거 마시멜로우 구워 먹는 거잖아"


나 : "마시멜로우는 구워 먹어봤어"


아들 : "아니?"


라는 첫째 아이의 말을 듣고


내가 너희의 첫 캠핑과 마시멜로우를 함께 하리라라고 다짐했고


이어서


캠핑장비들을 사들였다.


텐트, 침낭, 코펠, 버너, 매트, 깔개, 접이의자, 접이테이블, 렌턴, 고정라이트, 휴대도끼, 휴대망치, 숟갈 세트, 캠프파이어세트, 불멍세트, 불꽃놀이세트, 마시멜로우, 소고기, 양꼬치 등등


끝도 없었다... 그리고 졸라 비쌌지만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좋았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찾은 계곡


일전에 같은 회사를 다녔던 친한 형님이


형수님과 함께, 키우는 개를 데리고 그 캠프에 참전해 주셨다.


그 형님 내외는 캠핑 마니아로


커다란 개까지 동반하여 항상 캠핑을 다녔고


이번 캠핑에는 우리 세 식구가 손님으로 참석한 셈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서


혼자 텐트를 치고, 혼자 침낭을 피고, 음식을 준비하고 하는 것들이


힘들지 않았다.


계곡 물살 속에 발을 담그고, 인근 폐가를 탐험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물고기 잡기, 강아지와 놀기, 맛난 거 계속 먹기 등등 을 하고


저녁에는


베테랑 형님 내외의 도움으로 캠프파이어도 하고


불멍가루를 뿌리면서 화로에서 불멍을 하였고, 불꽃놀이도 하였다.


물론 마시멜로우도 구워 먹었는데


아들은 난생처음


구운 마시멜로우 먹어본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난생처음이었다(맛있었다. ㅠ)


여담으로


사실 나도 이렇게 제대로 된 캠핑이 처음이었다...(군대에서 숙영은 해봤다.)


사실 내가 어렸을 적에 캠핑 가는 꿈이 있었다.


집이 가난해서 내가 보이 스카우트이나 아람단을 할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집에서 혼자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아이가 아예 없던 시절부터 다짐했었다.


'내 자식들만큼은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줄 테야'라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이 새끼들이 어려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게 많이 없다.)


그렇게 아이의 첫 캠핑, 첫 마시멜로우 구워 먹기를 완수하였다.




아버지가 되니까 욕심이 많이 난다.


세상에는 가르칠 것도 같이 할 것들도 너무나도 많은데


내가 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친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한 위한 방법들


이것저것 삶의 지혜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고 싶고


게임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고

(내 스팀계정을 물려줘야 하나? '아빠 이 비키니 입은 여자 게임'은 뭐야 할까 봐 두렵다;;;;;;)


농구, 축구, 탁구, 수영, 낚시 등등 스포츠들을 다 가르쳐주고 싶고


날 닮아 수학을 유난히 잘하는 아이에게 아빠의 스킬들을 전수해 주고 싶고

(아빠 수학경시대회 잠전초등학교 대표 출신이야 ㅋ)


아이가 크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교육하거나

(일단 맛있는 걸 먹여~ 먹이로 꼬시는 거야)


아이의 성교육도 내가 해주고 싶고

(괜찮아 네가 좀 잘못하면 네 거 잘라버릴라니까 ㅋ)




그렇게


많은 경험과


아이의 처음을 함께하고 싶은 욕심에


이미 첫 키스도


애들 태어나자마자 나랑 다 해버렸다.(참고로 둘 다 남자아이)


나중에 애들이 첫 키스 운운하면


이미 나랑 다 했다고 알려줄 거다 ㅋㅋㅋ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니들 처음은 무조건 나랑 하게 만들어 줄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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