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 그게 뭐라고 #2

# 두 번째 이야기 : 예기치 못한 조우

by 지푸라기



나는


3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


보스턴이라는 낯선 곳에서


어려운 형편에 부모님의 등골을


그때까지도 부끄럽게 빼먹으며 공부를 했다.


보스턴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내가 나를 느끼기에


정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등신이었다.


영어무식, 외국문화무식이 의인화된 것이


바로 나였다.




많이 헤매었고 그래서 시행착오가 끝도 없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형편에도 맞지 않게 외국에 나간 고학생이라 치열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놀지 않고 영어부터 완성시키기 위해


한국인들을 만나지 않으며 공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럭저럭 영어도 할 수 있게 되고,


나름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그곳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에는


꼴에 여유가 생겨서


한국 유학생들과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연도 만들었었다.





커뮤니티에서


이 낯선 땅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바보 같았던 나와 너무나 비슷해 보이는,


시행착오를 마구하고 있는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바로 연민이 생겼다.


'어린 친구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이것저것 도움이나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 줬다.


나이도 나보다도 10살 정도 어린 친구들이라


그냥 다 내 동생들 같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많았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무슨 사명과도 같이 동생들을 기계적으로 도와줬었던 것 같다.





그때 일들 중


몇 가지는 떠오르는 것들이 있는데


첫 번째는 한참 어린 남동생 격인, 대학교에 갓 입학한 유학생을 만났었는데


그 친구가 한국에서 다녔던 비루한 2년제 지방대학을 포기하게 하고


보스턴의 명문 커뮤니티 컬리지(2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왔다.


이 친구는 걱정이 많았던지라 그 학교 입학시험 볼 때도 나와 같이 갔었다.

(나도 사실 그게 무슨 오지랖이었는지 싶다.)


그때 나는 얼결에 같이 시험을 치렀고, 대학을 추가로 갈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합격을 했었고,


이 친구는 그 학교 어학원을 등록하는 조건을 걸고 나중에 입학기회를 다시 준다고 해서


절치부심 끝에 그 학교에 입학했다. (나중에 이 친구는 명문 주립대학교로 편입했다)


두 번째는 어학연수 온 지 얼마 안 된 여학생을 만났었는데


내가 멘토를 자처해서 만날 때마다 내 보스턴 삶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줬었다.


보스턴공영도서관 회원 되는 법이나 은행카드 발급받는 것, 보스턴 맛집 등등 같은 가벼운 것들부터,


홈스테이 월세 줄이는 법, 돈 없이 미국에서 여행하는 노하우, 생활비 아끼는 팁, 안전한 현지 외국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거나 대화에 어울리는 방법 등등 내가 아는 많은 것들을 생각날 때마다 알려줬었다.


유학생활 막바지에는 그런 식으로 주변사람들을 도우면서 지내다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곧바로 취직을 했다.





회사에 들어가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어느 날


내가 수많은 조언을 줬던 그 여학생이


나와 보스턴에서 마지막으로 본 지 일 년여 만에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을 했고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오빠 같은 좋은 사람은 무조건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면서


자기 친구들을 연거푸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와 나는 나이차이가 9살이나 났었는데


소개해주는 분들도 그 친구의 친구들이라


다들 나이 차이가 9살이 나는 어린 동생들이었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에는


소개팅이 부담이 되었었지만


내 정신연령 또한 그다지 높지 않았던지


금방 어울리고 친해졌고


그들 중 세상의 떼가 거의 안 묻은듯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순수한 느낌의


어느 여성분과 연애를 시작했다.





그것은


외국 유학생활에서


사람에 대한 연민때문에


뿌렸던 씨앗으로 인해 생겨버린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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