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더 비기닝
어려서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동네는 잠실
그중에 본동
새마을 시장 일대, 롯데월드가 들어서기 전 석촌호수 한가운데 조각상 까지도
속속들이 기억할 정도로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았고
나의 학창 시절 추억이 담겨있던
학교, 학원, 오락실, 농구장, 그 외의 나의 모든 어린 시절 유흥이
그 동네에서 있었다.
나는 그 동네에서
유난히 깡패들을 많이 만났다.
동네가 후져서 그랬는지
그때는 온 세상이 그랬는지
조금만 어둑어둑한 골목만 가면
상급학교 형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B급영화 클리셰처럼 등장하여
나와 친구를 불러 세워서
주머니를 탈탈 털고는
가던 길을 가게 하였다.
오락실에서 100원씩 뜯어가는 조무래기 깡패 형들도 있었고
학교 매점에서 먹을 거 사자마자 바로 반절은 그 자리에서 자기 거인 양 섭취하는 생계유지형 학교 깡패 형들도 있었다.(햄버거, 우동, 떡볶이 등등)
그런데 그 깡패들 중에는 웃기게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몇 번이나 만나서
번번히 우리를 털어먹은 단골 깡패형도 있었다.(내 친구와 내가 단골손님임)
그 형의 단골손님이 되면서도 물리적인 충돌이 한 번도 없었던 이유는
그 당시 그 형이 상당히 강려크하게 생겼었기 때문이었다. (강려크하게 무서웠음 ㅠㅠ)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이던 그때
롯데월드 어드벤처 놀이공원의 무료입장권이 2장 생겨서
내 친구와 둘이서
신천역부터(지금 잠실새내역)
놀이공원을 위해 잠실역까지 걸어서 갔었다. (이때는 지하철 차비 아끼려고 엄청 걸어 다녔다.)
둘이서 주공 5단지 건너편의 롯데월드 시계탑 근처를 걷다가
무척이나 낯이 익은 형을 만났다.(강려크한 느낌적인 느낌)
바로 우리를 두 번 정도 털어먹었던 그 형(이 새끼 주공 5단지 사나 봐 ㅠㅠ)
그분도 우릴 보고
'호구 왔는가?'라고 생각했는지
눈이 빤짝거렸고
그 옆의 동료에게 뭐라 뭐라 속삭였는데
그걸 본 내 친구는
그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무슨 죄지은 사람이나 된 것처럼
도망가자며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 길에 사람도 많고 해서 나는 전혀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지만 나도 호구라 단박에 도망에 합의를 보고 친구와 깡패형들의 반대로 뛰기 시작했다.(우디르 급 태세전환)
친구는 달리기가 매우 빨랐지만
나는 달리기가 빠르지 못해서 단골 형들에게 잡힐 위기에 놓였고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옆에 서있던 버스에 멋지게 올라타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저씨 출발이요!"
하지만 그 버스는 마을버스였고
그 버스는 사람이 다 차야 움직였고
나는 거의 텅 빈 마을버스에 올라탔을 뿐이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 외침에 듣는 척도 하지 않았고
문도 활짝 열어 놓고 있었고
형들은 밖에서 웃고 있다가 나보고 내리라고 손짓했고
나는 버스에서 저 멀리 성공적으로 혼자 도망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았고
그 형들이 버스입구에 천천히 올라타려고 하는 것을 보고
결국 순순히 따라 내려서
그 사람많던 큰길에서부터 한적하고 삥뜯기 좋은 좁은 골목으로
아주 순순히 끌려가서
기어이 세 번째 털림을 당했다.(롯데월드 어드밴처 입장권 ㅠㅠ)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에
그 도망간 친구 놈과 서로 연락도 못하고 헤매다
나중에 동네에서 다시 만났는데
다시 만나서 빵 터졌다.
나는 도망을 못 가 잔돈만 빼고 다 털렸는데
그 친구는 성공적으로 도망가는 길에
다른 깡패 형들 만나서 잔돈까지 다 털렸단다.(그날 무슨 잠실에서 깡패 잼버리 대회라도 열였었던 것인가?)
그렇게 그날 둘이서 나에게 남은 잔돈을 가지고
롯데월드 대신 오락실에 갔었다.(신에게는 아직 1200원의 잔돈이 있사옵니다.)
이렇듯
마계도시 잠실은 ( living in the gangsta's paradise~)
나의 학창 시절의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내 외모가 호구처럼 생긴 건지
나에게 깡패들이
마치 자석처럼 끌렸던지
그때는 정말
길거리의 깡패형들을 자주 만나기도 하고 무서웠는데
이젠 다 추억이 되었다
지만 사실 지금도 학생형들은 무섭다.(무서우면 다 형임)
엊그저께도
어둑어둑한 새벽에 길을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나를 보고는
"뭘 쳐다봐!!!!!"라고 나에게 갑자기 버럭 했던
나이가 무척 어려 보였던 학생(머리에 피도 안 마른 분)
내가 어렸을 때는 니들한테 마구 털렸지만
지금은
이 자리를 빌려 성숙하게 말로 오해를 풀고 싶다.
'난 널 쳐다본 게 아니라 네 옆에 나무 본거야'(진짜임)
끝.
# 그냥 문학이라던지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 막쓰기로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