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 그게 뭐라고(번외#2)

번외 이야기 : 안녕 나의 집

by 지푸라기


내 아파트...


내 집...


어렸을 적부터 생각했던


나를 들뜨게 하는 마법과도 같았던 단어


누가 나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줬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린시절부터 나는


내 집을 향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 가난했기에 수시로 이사 다녔던 기억들이


자연스레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고 내 집을 꾸리고,


그 안에서


내 가족, 내 식구와 함께하고자 하는 생각






나는 2016년 즈음에 킨텍스 인근의 한 아파트를 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맞다.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청약통장이 제 몫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청약통장을 이 아파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5:1 정도의 무난한 경쟁률에 환호했다.


왜냐하면 경기권 다른 청약 아파트단지들은 20:1, 30:1이 흔하게 나오던시기였어서


5:1 정도면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자신감 넘쳤었지만


경쟁률 5:1일 경우는 그 5가 나라는 것을 생각 못했다.(떨어졌다.)


그때 좀 깨달았던 것 같다.


약 800만 분의 1이라는 로또 당첨 확률에서 나는 800만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5:1이라는 그 당시 심하게 낮은 청약경쟁률에서도 나는 5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는거슬...


실망은 잠시


나는 이 아파트를 내 것으로 만들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건설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청약의 생리를 조금 알고 있었고


모든 아파트 청약은 청약 당첨자 중에 최소 10% 이상이 하자를 이유로 당첨이 취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하자가 무엇이냐


청약을 할 때 부양가족수를 잘못 기입한다던지, 내용을 불확실하게 작성한다든지 등에서 비롯되는 청약 신청 자체의 오류다.


그게 전체 가구수에서 10% 이상으로 거의 모든 분양현장에서 항상 나온다.


따라서 당첨자 중에서 10% 이상은 당첨이 취소가 되어 시행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선착순 분양을 해야 잔여 물량을 소진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청약한 아파트도 선착순 분양을 했고(지금은 청약제도가 바뀌어서 이것도 다시 청약으로 돌린다.)


그 선착순 분양이 예상되는 날짜에 나는 회사에 연차를 쓰고 달려가서


내가 원하는 단지, 원하는 동과 층, 타입을 직접 골라서 계약을 했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나는 행복한 꿈을 꿨다.


내 아이들과, 가족과 함께 이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하고


아이들과 인근의 킨텍스의 전시도 수시로 보러 가고


원마운트의 테마파크나 현대백화점 등 즐길거리도 가족과 누리고


호수공원 나들이도 가고


적어도 아이들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는


아니 어쩌면 평생까지도


이 아파트와 함께하는 그런 꿈을 꿨다.






그러나


삶은 항상 내 맘 같지 않다.


나는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전에


이혼소송에 돌입했고


결국, 이 아파트에는 나 혼자 들어와서 생활하면서


이곳에서


아이들과, 가족과 함께 할 현실은


더 이상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처음에 꾸었던 소박했던 나의 소망은


나의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졌다.


그렇게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꿈 따위는 까맣게 잊고


그냥 삶을 위해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올해 그 아파트를 부동산에 매물로 내어놓았다.


그리고 매물인 우리 아파트를 보기 위해 부동산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방문한 한 손님에게


이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열심히 설명하고 나니


그 손님이 나에게 물었다.


"이 아파트에 애착이 많으신 거 같으세요"


갑자기 멍해졌다.


맞았다. 그랬다.


잊고 있었다.


내가 이 아파트에, 나의 첫집에 애착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아이들과 우리 가정이 행복하게 같이 살집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첫 집으로 청약통장을 기꺼이 내었던 이곳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았던 꿈이 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채


아무 감정도 없이


그 소중한 집을 팔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는


갑자기 울컥했다.






그렇게


엊그제 집이 다른 사람에게 계약되었다.


그리고 집과 함께


나의 꿈들도 리셋되어 버렸다.





유시유종이라고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부푼 꿈과 함께 시작하였지만


결국 사그라진 꿈의 결과는


누구의 탓도 아니었고


그냥 시작과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끄럽게도 그렇게 자위했다.





안녕 나의 소망


안녕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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