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실은 20대 때까지만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지금은 그냥 그런 나이롱 신자가 맞습니다.
지금도 '종교란'을 채울 때에는 '개신교'라고 쓰지만 현재 교회를 열심히 다니거나 기도를 열심히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실은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하지요
종교는 내세를 대비한 보험 같은 것 이라고요...
그것은
그냥 아무것도 안 믿다가 죽었을 때보다는
종교 하나라도 믿고 있다가 죽었을 때 뭔가 확률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을까라는 빙구 같은 생각이지요.(네네~ 빙구 맞습니다.)
아무튼 어려서는 믿음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교회를 다녔습니다. (누나 따라 나갔던 성동구 능동의 대동교회의 아동부 교사 선생님이 사주신 꿀맛호빵이 너무 맛있어서 교회를 다녔던 건 안 비밀)
그리고 중,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소리엘이나 예수전도단이나 옹기장이의 앨범을 제 돈을 모아 시리즈로 샀었고
온누리교회의 '올네이션스 경배와 찬양 학교'도 순수 제 돈으로 다녀오곤 했지요(제가 거지여서 그랬는지 엄청 비쌌던 기억이...)
그리고 성가대이자 성극반이었습니다.
실은 어느 순간부터 연유가 생겨 교회와는 많이 멀어지게 되었어요.
지금은 교회도 안 다니고 기독교와 많이 멀어져 있긴 하지만...
그 시절 나름의 친목과 마음의 안식을 저에게 주었던 것은 맞습니다.
기독교라는 종교는 다들 아시겠지만 점집, 무당, 무속신앙 따위에 많이 배타적입니다.
그런 저에게 살면서 점을 보는 일과 같은 일은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이야기였지요.(물론 교회랑 많이 멀어진 지금도요)
그렇기에 살면서 딱히 점술가를 만나거나 신점을 보는 사당에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귀신은 있다고 믿고는 있습니다.(네~ 님의 등 뒤에도 지금 있어요.ㅎ)
반면에 저의 불*친구 중 하나는 점보는 것에 오픈마인드를 갖고있는 신점 처돌이 그런 것들을 종종 보는 친구였어요.
사실 그 집안의 친척이 무속인인지라
그 친구와 그 친구 여동생까지도 신점이나 사주나 역학 등에 어느정도는 빠져있었습니다. (뭐 신점과 사주는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요)
제가 20대 때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공무원 시험 합격된 것이 아예 취소되어 버리는 궁지에 몰리자
제 불*친구는 홍대에 있는 깃발도사를 만나러 가자고 했었어요.(겁나 용하다면서 ㅎ)
그래서 저는 기독교 신자이고, 그런 거 안 하고 살고 있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을 하고는
홍대에 있는 사주카페에 불*친구와 함께 갔습니다.(나도 앞뒤가 맞는 글 쓰고 싶음)
깃발도사는 우리가 질문을 던지면 오색깃발을 들고 돌돌 말아가지고 하나 선택하라고 해서 맞추는 방식으로 점을 봐주었는데
돌돌 말은 후에 그것이 무슨 색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손잡이만 보고 뽑으면 깃발도사가 색을 보고 점을 치는 방식이었어요.
그곳에서 세 가지를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그때 공부하고 있던 공무원시험 미래의 합격여부는
일단 공부를 붙들고만 있으면 7급을 시도해도 합격할 것이고 시간문제라고 하였고
제 앞길에 외국으로 나갈 길이 보인다고 하였지요(그리고 진짜로 이후에 신기하게도 미국유학을 갔었어요.)
그리고 그 해 여름에 일생일대의 반려자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여자를 만난다고도 하였는데
그 일생일대의 여자는 여건이 안 되는 관계로 제가 못 알아봤나 봐요. ㅎ(사실 그때는 여자 사귈 생각이 별로 없었음다)
아무튼 그때가 제 첫 점집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두 번째 경험은 아예 신들린 분을 만나러 갔던 일입니다.
바야흐로 저에게 이혼 문제가 불거진 시점의 어느 날
바로 그 불*친구가 다시 등장하였고
바로 그 불*친구가 저의 억울한 상황들을 듣더니 저에게 깃발도사를 다시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하였지요.(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
그날은 그 불*친구(쓰기 귀찮아서 그냥 이 이하 'R친구'라고 하겠습니다.)와 술을 먹는 날이었어요.
그 R친구는 제 얘기를 듣더니 내일이 주말이니 저에게 파주에 있는 자기네 집에 가서 오늘 같이 자야 하고
다음날 홍대 사주카페를 방문하여 깃발도사를 만나야 한다고 하였지요.
실은 그 친구의 배우자를 그 친구에게 제가 소개해줘서 결혼을 했던 터라 그 와이프랑도 친했어서
저는 그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자는 것에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깃발도사 미팅만 빼고요)
그날 저녁에 그 집 부부와 술을 퍼마시다가 잠이 들고는
다음날 R친구가 여지없이 홍대 카페로 출동해서 깃발도사를 만나러 가자고 하는데
뭔가 신력이 있고 영험한 무당 같은 분들이 홍대보다는 지금 이 친구집 동네인 파주에 훨씬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돌도 숲도 풀도 산도 훨 많아서 신령이 나도 여기서 나겠다 싶었죠)
그리하여 R친구를 설득하여 파주에서 점집 가는 것으로 합의보고
R친구의 와이프는 맘카페 게시판에 영험한 점집에 관한 질문을 올렸고
수분만에 댓글이 달리고 친구집 인근에 가까운 점집을 결국 가게 되었습니다.(올해 신내림을 받았다는 둥, 용하다는 둥...)
도착을 했더니 겉보기에는 그냥 사람 사는 아파트여서 의아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난생처음 직접 보는 정신 사나운 느낌의 집안모습에
굿을 바로 해도 될 것 같은 제사상이 갖추어진 어질어질한 공간이 나왔어요(밖에서 보면 진짜 그냥 멀쩡한 집임다)
그리고 힙합복장의 젊은 남성분이(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고 힙합복장)
제 얼굴을 보자마자
"관제가 있네~"
"관제가 뭐예요?"
"소송"
이런 식의 소름 끼치는 대화를 30여 분동안 하면서 저의 그간의 삶과 최근의 일들까지 다 맞추기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이름도 생년월일도 아무것도 얘기도 안 했고 나갈 때까지도 안 했는데 그분은 모든 것을 모조리 맞춰버렸지요.
그때는 너무 놀랐어요. 신점을 말로만 들어만 봤지 그런 게 실제로 있는 건지도 몰랐었고
내가 말도 꺼내지도 않은 그렇게 자세한 내용을 누군가가 다 맞춘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었거든요.
그렇게 40분 정도가 지나자 그 힙합무당은 저에게 말했어요.
'자네는 부적을 써야 해'
저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사기꾼들의 수법 같은 그런 느낌...
게다가 부적의 가격은 무려 100만원(VAT포함)
"와 이걸 사는 사람이 있나? 똥멍청이만 왔다 갔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저는 기독교인이고 또한 지성인인지라 부적을 안 사겠노라 말하고 미련 없이 점집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3일 만에 다시 와서 부적을 샀습니다.(이놈은 뭐 하는 싯끼인가?)
모르겠어요.ㅎ 그때는 뭐라도 붙들고 싶었었나 봅니다.
3일 뒤에 다시 만난 그 힙합무당분은
이 부적을 소지하면
돈이 몰리고,
일이 풀리고,
소송이 잘되고,
주변에 여자가 몰린다라고 하였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또 따라 나와서
진짜로 여자가 몰리니 조심하라고까지 하였습니다.(이것 때문에 부적 산 것은 아님다)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 부적은 유통기한까지 있었습니다.(힙합무당피셜 1년)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결론인 부적의 효과부터 말씀드리면
일은 생각만큼 잘 안 풀렸고
돈은 생각보다 많이 안 벌렸고
여자는 아예 안 몰렸고 (기대를 쬐끔은 했었음 ㅋ)
부적산 돈은 날아갔고 (유통기한이 끝났어요 ㅋ)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지요.
그런데 그런 것은 있더라고요.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녔던 기간 동안에는 나름의 마음의 안식이 있었다고나 할까
마치 종교의 기능 같은 거겠지요.
1년 동안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부적을 소지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뭔가 든든한 빽이 생긴 것 같고 그런 느낌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살면서 했던 미신이나 종교적인 경험들을 모두 종합해 봤을 때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게 무당이나 부적의 기능이라면
무당을 믿고 부적을 사는 것보다는
'그냥 일반 종교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겠구나'라고요
물론 그때의 무당과의 만남은 분명 신기했고, 신선했지만,
그 이후로는 점집과는 연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값비싼 값진 경험을 했다고 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혹시 점집에서 부적까지 샀는데
몇 달 있다가 쌀도 또 한 포대 보내라고 하면 보내지 마세요.
상식적으로 공물까지 그런 식으로 계속 바치는 건 호구 아닐까요?
비싼 부적도 사고 그런 식으로 돈을 추가로 쓰는 사람은 진정한 똥멍청이, 호구예요
100만원 + 쌀 한 포대 날린 썰
끝.
<에필로그>
그때 힙합무당이 같이 갔던 저의 R친구에게는 '좋은 일이 있다 무언가 위로 올라가는 게 있다.'라고 얘기했었는데, 그 해 그 R친구는 승진도 하고 서울로 발령도 받아서(원래 구미지사에서 일했음) 실제로 이것저것 위로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무당이 얘기했던 것이 저의 R친구의 와이프가 반무당이니 바람피울 생각조차 안 해야 한다고 하면서 R친구가 무엇을 하든 와이프가 모든 것을 바로 다 안다고 해서 지금 그렇게 와이프에 순종(?)하면서 R친구는 잘 살고 있답니다.(왜 이 친구건 잘 맞춘 건지...ㅎ)
# 김밥천국 불신지옥
# 뭔가 기독교 측과 무당 측 양쪽에서 공격 들어올 것 같은 그런 느낌...
# 신점 재미로는 볼만함. 가보면 신기할 거예요
# 이것이 제가 경험했던 수수수 수퍼내추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