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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by 지푸라기




아들아~


지금은 네가 고작 9살이지만


이 글을 나중에 네가 보게 될까 싶어 글을 남긴다.









아들아~


일단 이 글을 읽기 전에


넷플릭스 폭삭 속았수다 16화까지 꼭 다 보고 오렴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알 수 있게 될 거다.(관식이 = 아빠 / 양배추 달아요~)









아들아~


너 좋아하는 치킨 먹을 때마다


아빠가 피땀 흘려서 번돈으로 치킨값 계산했다는 사실 잊지 말아 다오.(모차렐라 스틱도 아빠가 산거다)










아들아~


너 저번에 양치하는 척만 한 거 아빠가 봤다.


나중에 임플란트는 각자돈으로 각자 하는 것으로 여기서 합의 보자










아들아~


언젠가 너에게 고기반찬과 계란후라이를 해주고 나서


아빠는 왜 고기 안 먹고 컵라면 먹냐고 아빠에게 물었었지?


아들아~


네가 크면 다 알게 될 거란다.


아빠는 그저 라면이 땡긴거란다.(나중에 커서 아빠가 라면 먹고 희생했다는 오해 따윈 하지 말아 다오. 아빠는 고기도 좋아함)












아들아~


반에서 제일 예쁜 아이인 이*다 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


너 걔랑 결혼하면 내손에 장 지질께...












아들아~


너에게 그동안 포켓몬카드 사준돈들을 다 모아서


그 포켓몬카드 회사 주식 샀으면


지금쯤 그 회사 대주주로 주주총회 나갔을 것 같다.











아들아~


나중에 여친생기면


첫 키스 어쩌고 하지 마라


이미 너는


태어나자마자 나랑 첫 키스했다.


눈물 딲고 잘 들어라


걔는 걍 세컨키스다












아들아~


네 남동생


핑크색 하츄핑 빤스 입는 거


네가 지금 안 말리면


나중에 돌이킬 수 읍읍읍...











아들아~


저번에 동물원 갔다 왔는데


이번 주에 또 동물원 가자고 하면


그 동물들도 너보고 질리지 않을까?(코끼리 : "와 씨 쟤 또옴~ 대박", 원숭이: "와 오졌다리. 뇌절 지리고요~")











아들아~


6살 남동생이 너를 패고


네가 그 옆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빠 마음이 짠해지고,


네가 참 여린 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


아직은 야생의 영역에 있으니(그냥 야만인)


동생이 나중에 인간영역으로 들어올 때


공식적으로 동생 패게 해 줄게


좀 만 기다려라.










아들아~


태권도 검은띠 딴 거 축하한다.


그런데 검은띠까지 딴 놈이


샤인머스캣 동생이 다 먹었다고 울어버린 건


조금 아닌 것 같아


네 동생 때문에 사실 아빠도 못 먹었다고~


우리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이 아빠는 샤인머스캣 좋아한단다.


담부턴 니 거 없다고 울기전에 그것을 먼저 기억하길 바라


암튼 조만간


동생 패게 해 줄게 기다려











아들아~


네가 토마토 안 먹는다고 해서


너 줄려고 샀던 방울토마토 내가 다 먹었다.


땡큐












아들아~


앞으로 힘든 거나 어려운 일 있으면 아빠에게 전화해


너를 위한 상담은 언제든 열려있다.


그것은 너에게 항상 무료다


허나 용돈은


효도 5회랑 바꾸는 거다.


아빠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다.











아들아~


네가 문제집 산다고, 학원 간다고, 학습지 한다고


돈 삥땅 치면


아빠는 다 안다.


왜 아빠가 다 아냐고 묻지 마라 (나도 다 해본 건 아니다.)









아들아~


뭐 먹고 싶어?라고 아빠가 물어볼 때


오늘은 한우?라고 대답하면


아빠 가슴이 얼마나 벌렁벌렁한 지


네가 커서 식당 메뉴판의 한우 가격표 보면 알게 될 거다.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들아~


저번에


아빠 누워있는데 아빠 배위로 쩜프한것은


아빠입장에서는 쪼금 그랬어


아빠는 눈만 안 아프고


배는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지만 배위로 쩜프하면 아픈 내 아들아~








아들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아빠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올 거야


저번에 진짜 너 차에서 잘 때 아빠가 떡 사 온 거 기억하지?









우리


늘 지금처럼


웃고 행복하자~ 아들^^











# 오늘은 걍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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