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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ie Apr 25. 2021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태도 모음

내가 잊지 않으려고 써두는 일기

박사 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유학생활의 성공은 지능과 학업 수행 능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 어쩌면 유학생활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건강한 몸과 대범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특히나 한국처럼 작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복닥거리며 경쟁하고, '정'이라는 이름 하에 관심과 무례의 선을 넘나드는 오지랖 넓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상, 이 두 가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에서만 자유로워져도 행복의 반은 이미 보장되는 것 같음).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깨달은, 남은 인생 동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태도들을 아래 적어 본다. 지금부터 연습하면 그래도 불혹 전에는 어느 정도 제법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아 물론 그 전에 졸업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1. 대세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자잘한 문제나 갈등에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 언제나 빅 픽처를 생각하며 소탐대실하지 말자.

2. 너무 심각하고 정색하면서 살지 않기. 심각해지려 할 때마다 예술가 니키 리가 말한 것처럼 '아 웃겨!' 하고 생각하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망한 것 같을 땐 지금 이 순간이 시트콤 속 한 장면이라 생각하면서 얼마나 더 꼬아야 여기서 더 웃길 수 있을까 고심해보자

3. 과거에 묶이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느라 현재를 놓치지 말자. 두려움은 모든 것을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4. 나를 이미 어떤 프레임에 가두어 둔 채 바라보는 사람에게 굳이 내 가치를 설명해서 납득시키려 들지 말자. 설명한다고 100% 이해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설명하지 않아도 내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과만 교류하기에도 우리 인생은 짧고 주어진 시간은 귀하다.

5.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땀을 빼는 운동을 하자. 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고 본능에 약하다.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씻고 좋아하는 향이 나는 로션을 바르는 그 단순한 행동이 일주일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든다.

6. 다른 사람들이 나를 깎아내리는 말에 신경 쓸 필요 없듯이, 나를 칭찬하는 말에도 좋아할 필요 없다. 평판과 평가는 조용히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따라오는 것일 뿐 그것이 목적이 되면 불행해진다. 외부의 소리에 상관없이 내가 가야 할 길을 매일 조금씩 꾸준히 걷는 것이 더 중요하다.

7.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자. 기선을 제압한다든지 남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든지 무엇을 더 얻어내고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따위는 버리자. 나와 싸우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어야 한다.

8. 아침에 일어나면 산책을 하거나 적어도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서 햇볕을 잠시 쬐자. 우울증 환자들에게 햇빛을 보라고 하는 것은 동공 안으로 빛이 들어가야 우울증이 호전되기 때문이라 한다.

9. 딱히 이유가 없어도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고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듯, 매일 해야 하는 학업도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일 뿐이다. 감정을 빼고 팩트에만 집중해서 그날 분량을 끝내자. 자기 연민에 빠지면 안 된다.

10. 매일의 진도는 너무 조금씩이라 볼품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너무 멀리 보지 말고 그날그날 해야 할 퀘스트들을 깨다 보면 어느 순간 일취월장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새로운 한 주가 오고 있다. 내일 오전에는 아카데미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비롯해서 묵묵히 제 갈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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