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ady Sep 04. 2024

베트남 여성 두명이 한국에서 몹쓸 일을 당한 이야기

외국인 업무 담당 중에 있었던 일

 노동부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를 국내 외국인력이 필요한 사장님들에게 매칭해주는 일도 담당한다.

 

 내가 이 외국인 업무를 담당할 때 있었던 일이다. 농업일을 하시는 사장님들이 성별, 국적, 나이를 선택하면 그에 해당하는 외국인의 이력서를 3배수 보여주고 한국 사장님들이 마음에 드는 근로자를 선택하면 고용처리를 하는 업무였다.(쉽게 말하면 인력시장에서 서로 매칭해주는 역할이다.)


 보통 낮은 위치에 자라는 고추농사는 키가 작은 여성 근로자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농사는 강도가 높은 중노동이기 때문에 남성 근로자를 주로 선호한다. 특히나 높은 위치에 자라는 오이농사를 하시는 사장님들의 경우에는 주로 키가 큰 남자 근로자를 뽑아가곤 한다.


 그런데 어느날 오이농사를 지으시는 사장님이 나이 어린 베트남 여자 두명을 뽑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겨두고 있었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과 다름없이 업무를 보고있는데, 커다란 캐리어와 함께 키가 작은 두명의 베트남 여자분이 내 앞으로 왔다. 두 사람은 어눌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베트남사람 입니다.." 라고 얘기 하더니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때의 그 농장에 매칭해준 그 분들이구나' 생각이 들어 곧바로 통역 전화를 연결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사장은 혼자 사는 남자였다. 베트남에서 막 들어온 근로자들을 사장과 같은 집 안의 방에서 숙식하게 하였는데, 거실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본인 방의 화장실만을 이용하게 했다고 한다. 밤이되면 혼자서 성인영화나 성인 동영상의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있어 온 집안에 이상한 소리를 들리게 했고, 저녁에 씻기 위해 본인 방 화장실에 들어가면 계속적으로 응시하거나 성적인 말들을 했으며,  밤에는 술을 먹고 근로자들의 창문밖에서 노상방뇨를 하면서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기도 했단다.

 

 같은 말을 하는 통역사의 목소리를 들으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엉엉 울며 본인나라의 말로 사연을 쏟아냈다. 그런 상황이 며칠째 되다가, 무슨일이 벌어질까 무서워 도망쳐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우는 모습을 보니 노동부 직원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관할인 경찰이나 근로개선지도과에 연계하고 사법경찰권이 있는 권한있는 기관으로 하여금 사실관계가 확인될때 까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 근로자들을 사업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일 먼저 격리부터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임시적으로 근처 외국인 쉘터에 연락을 취해 잠시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에는 사실관계 확인 뒤 근처에서 이직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했다.


 어느정도 일처리가 끝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되는지 안내를 했다. 이제서야 웃는 두사람,  고맙다는 그 얼굴이 나도 참 고마웠다.


 행정서기보 당시 박봉의 월급이지만 한국인의 본능인지 이 친구들 만은 밥한끼 사먹이고 보내고 싶었다.  회사 앞에 유일하게 먹을만한 순대국집에 갔다.


 구글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먹냐, 괜찮냐 물어보고 잘먹는다, 좋아한다 해서 들어왔는데, 애석하게도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서 낯설었는지 별로 잘 먹지는 않았다.(맛있는데..)


 식사를 마치고 외국인 쉼터까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이직하기 위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를 종이에 빼곡히 적어 건네주고 마지막까지 현재상황과 앞으로 해아될 행정 절차를 어설픈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몇 번이나 알려주었다.


  환하게 웃는 표정과 고맙다는 말, 잘 지내야 된다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외국에서 왔다고 해서, 조금 못 사는 나라라고 해서 그 나라 국민들을 하찮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외국인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온  근로자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힘든 시험을 보고 통과한 엘리트들로 절대 그런 취급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다. 내 동생이 혹은 내 자식이 이역만리 먼땅에서 이런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사람이 참을 수 있을까.


그 일이 있은 이후에 두 사람이 잘 이직을 한건지 걱정이 되서 종종 전산에 조회해보았다. 다행히 각자 어느정도 규모가 있어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버섯농장(버섯농장이 농업비자를 가진 외국인한테는 구글이자 삼성 정도의 인기다.) 에 들어간것을 확인했다.


 "어, 좋은데 들어갔네. 다행이구나." 싶어 안도의 미소가 나왔다. 그날 점심에는 조용히 혼자나와 순대국밥집에서 우거지 순대국을 시켜먹었다. 

이전 05화 근로감독관은 왜이리 불친절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