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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Jan 01. 2022

결국에는 많이 기록할 수밖에

킨드라 홀의『스토리의 과학』

사람이 진정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그 사람의 진실한 스토리를 조우할 때. 아쉽게도 일상에서 진실한 스토리를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오전 10시의 감성으로 내면의 숨겨진 독백을 들추긴 쉽지 않은 일이라. 그 때문에 사람들이 술, 음악 또는 글의 분위기를 빌려 새벽 2시의 감성을 조금씩 꺼내 보는 것 아닐까.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애용하는 것도 나에겐 하나의 방법이다.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 그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니 이불킥을 헷지할 수 있는 소심한 행위인 셈이다. 실은 조금씩 나만의 스토리를 드러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중요한 순간(예컨대 기고하거나, 이직 및 인터뷰를 준비할 때나, 비즈니스 메일을 쓸 때)에는 왜 이렇게 작위적이고, 피상적인 글만 뱉어내는지 솔직히 힘이 들곤 했다.


킨드라 홀의 『스토리의 과학』 을 읽으며 나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겠다는 기쁨에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어떤 브랜드 내지 어떤 사람에 빠지는 순간은 기능이나 스펙 따위가 아니라 스토리가 과학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이 스토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토리의 목적은 결국 (물론 나의 만족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행동하게 하기 위함 아닐까. 더 돌아가려고 하지말고, (생각보다 더 쉬운 방법인) 스토리를 잘 활용해보라는 말처럼 들렸다.


"약간의 코르티솔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옥시토신을 통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나면, 타인에게 더 많이 베풀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고 그들의 실험실로 끌고 가서 신경화학물질을 주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스토리를 들려주면 된다."


스토리, 특히 비즈니스에서 스토리를 어떻게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일상 이벤트에서 들려줄 스토리를 더 많이 마련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스토리를 수집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 혹은 나의 브랜드를 알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착 붙는 스토리를 선택하는 것이 스토리 수집만큼이나 중요하다. 저자의 커닝 페이퍼를 보니, 기업들은 이를 스토리 전략의 기본 구조로 삼으면 좋을듯 하다.


더 효과적인 세일즈와 마케팅을 원한다면 가치 스토리를 선택한다.

자신감을 키우고 차별화하기를 원한다면 창업자 스토리를 선택한다.

직원들을 합심시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면 목적 스토리를 선택한다.

세일즈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면 고객 스토리를 선택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 결국에는 내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버리면 저자가 우려하는 자기만족으로 끝나 버린다. 스토리는 결국 스토리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는 것이니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스토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하고 쓰는 사람은 나지만 스토리의 주인은 사실 관객이다. 내 스토리의 주인이 어떤 모습을 한 관객이면 좋겠는지, 원하는 관객의 행동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는 일이 사실상 중요하다. 일단은 준비하자, 적재적소에 우리만의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그러려면 일단 많이 느끼고, 기록하는 수밖에.


"핵심적으로 관객과 나의 목표가 만나는 지점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분이 수집한 순간들을 살펴보고 바로 그 접점에 있는 스토리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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