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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Jan 28. 2022

전남친 토스트에서 배운 것

칩 히스, 댄 히스 <스틱!>

3~4년 전, 한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회자되어 실제 상품 출시까지 이어지게 된 전남친 토스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전남친에게 굳이 문자해서 얻어낸 토스트의 레서피라니. 궁금하지 않은가. 식빵에 크림치즈 바르고, 블루베리잼 발라서 렌지에 10초. 문자 캡처본에 언급된 글쓴이의 적극성이 압권이다. "어이없겠지만 혹시 잼이랑 크림치즈 어디 건지 알려줄 수 있어?", 이어지는 전남친의 문자. “어이없는데 웃겨서 말해줄게. 크림치즈는 마담로익 잼은 엄마가 만들어서 보내준 건데.. 샹달프 거로 해도 맛있어. 맛있게 먹어.” 수치를 무릅쓰고, 물어볼 만큼 맛있다니 게임 끝난 스토리 아닌가. 이 스토리를 보자마자 나는 마켓컬리에서 크림치즈와 블루베리 잼을 샀다. 강력한 스토리였다. 이후 GS25에서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남자친구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제품기획까지 영향을 준 엄청난 스토리 아닌가.


전남친 토스트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 마케팅 생태계에도 영향을 줬다. 유저마다 보이는 화면은 다르겠지만, 인스타그램의 마약 같은 코너가 있다. 바로 검색 화면. SNS에서 회자되는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 신빙성을 더하고, 중간중간 브랜드 이름을 끼얹는 짤들로 구성되어 있다. 구매 전환까지 일어나는진 모르겠지만 자극적 소재에 얹어지니, 일단 유저 관심 끌기엔 성공한 셈이다. 재밌는 건, 출퇴근 만원 버스, 만원 열차에 타면 어쩔 수 없이 옆 사람이 어떤 화면을 보는지 볼 수밖에 없는데 인스타그램 검색 화면을 하릴없이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자극적인 제목/이미지, 신빙성을 더하는 캡쳐본, 헛웃음을 자아내는 필력이 더해져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공통점은 분명 있는 듯 하다.


43쇄까지 찍힐 만큼 인기 많은 마케팅 책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을 읽었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례가 전남친 토스트였다. 내게는 강력한 스토리였나보다. 저자인 칩 히스, 댄 히스는 수백 수천 개의 스티커 메시지 (착 달라붙는 카피)를 골똘히 들여다보니 그 안엔 6가지 공통 특성이 있다고 한다.  

원칙1 단순성 (Simplicity)

원칙2 의외성 (Unexpectedness)

원칙3 구체성 (Concreteness)

원칙4 신뢰성 (Credibility)

원칙5 감성 (Emotion)

원칙6 스토리 (Story)

저자는 자부심 한 스푼을 더해 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따 'SUCCESs'(성공)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인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지만), 어쨌든 숨은 법칙을 토대로 다양한 메시지 사례들을 설명한다. 그렇지만 사실 사례는 중요하지 않다. 마케팅 사례의 성패 여부는 시의성, 타깃 적합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책에 나온 사례들이 고루하다면 가뿐히 건너뛰어도 상관없다.


사실 이 책의 원칙조차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원칙 지키기를 방해하는 요소다. 바로 '지식의 저주'. 이 개념만 제대로 인지해도 이 책을 읽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지식의 저주가 무어냐면, 화자가 청자 혹은 독자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인식적 편견이다. 저자는 이런 인식적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이라고 한다.  

첫째,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

둘째, 메시지를 받아들여 변형하는 것.

전자는 거의 불가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메시지를 변형 시켜 '지식의 저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전남친 토스트로 돌아가 원칙 6가지에 부합하는지 살펴본다.  

첫째, 단순한가? 핵심 메시지 "전남친 토스트"를 건졌다. 단순해.

둘째, 의외성이 있는가? 무려 전남친한테 창피함을 무릅쓰고 문자했어. 호기심을 일으킬 만도 하지.

셋째, 구체적인가? 브랜드 이름과 조리법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구체적이지.

넷째, 신뢰성이 있는가? 조작 여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문자 메시지 날것을 캡처해 보여줬다.

다섯째, 무언가를 느끼게 만드는가? 수치를 이기는 식욕이라니, 나도 같이 부끄러워지지만, 괜찮아. 부끄러움은 순간이지만, 레서피는 영원해.

여섯째, 스토리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가? 마켓컬리에서 잼과 크림치즈를 샀으니 말 다 했지.


원칙에 정확히 부합하는 스토리 아닌가, 책에 나온 사례들은 와닿지 않아 죄다 잊어버리긴 했지만, 역시나 나를 행동하게 만든 메시지를 다시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저자가 말한 여섯 가지 원칙에 맞닿아있는지 확인해보면, 이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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