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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Jan 23. 2022

나, 야망 좋아하네?

이은형, 유재형 <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강렬한 제목에 혹해서 사게 되었고, 쓰라린 마음 반 응원받는 마음 반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제 직장 생활 6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고, 리더의 역할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니 살짝 무섭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연차는 속절없이 쌓였는데, 나는 준비한 게 하나도 없는 느낌. 리더는 남의 이야기 같이 느껴졌고, 스스로도 "나는 팀장 하고 싶지 않아!"라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과연, 진심으로 하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진짜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낀 것인지 아무튼 그랬다. 사실 나만 하는 고민인 줄 알았는데,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었다니 책에 나온 여러 사례를 통해 함께 마음속으로 울고 웃었다. 회사 일로도 바쁜데, 더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니!


정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인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니라, 조직의 규칙을 새롭게 결정하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의사결정자인 룰 세터(Rule Setter)가 되고 싶은 여성의 열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역량이나 능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장애물이나 무의식적 편견 때문에 좌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책은 일하는 여성 모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일하는 여성의 성공 개념은 다양하고, 성공을 추구하는 모든 방식은 존중받아 마땅하니까. 대신 리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것 또한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리더가 되고 싶다는 열망조차 사그라들게 하는 것들은 예를 들면 구조, 사고방식이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일하는 여성들의 자기 검열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다루는 예시를 보면, 과분하게 스스로의 자질을 평가절하한다든지, 다른 여성 동료들한테 안 좋은 선례로 남을까 봐 시도를 주저한다든지 - 속상했던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책에서 가장 많이 공감하고, 뜨끔했던 부분은 바로 "왕관 증후군(Tiara Syndrome)"에 대한 구절이었다. 

왕관 증후군(Tiara Syndrome) : 여성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승진 등을 꺼리고 누군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를 말한다. (캐럴 프롤링거, 데러버 콜브)

실은 나도 내가 하는 일, 그리고 조직에 헌신하면 이를 자연스레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리더의 자리 또한 자연스레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마치 낭중지추처럼, 동료가, 상사가, 조직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생각해보니 책에서 말하듯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을 알아서 대우해주는 회사는 없다. 때문에 왕관을 쓰고 싶으면 당당히 알려야 하고, 기회가 오면 왕관을 움켜쥐어야 한다. 비록 마음속에서는 '네가 할 수 있겠어?', '너는 아직 아니야'라는 다짐이 꿈틀거려도 말해야 한다. 그 왕관 갖고 싶다고.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바쁜 고등학교 6학년까지, 매 학년 학급 임원(회장, 부회장)을 도맡았다. 학급 임원을 뽑는 투표날, 내가 후보로 나서겠다는 그 순간 내 속은 미친 듯이 울렁거렸지. 그렇지만 최고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내가 나를 천거하고, 실제로 회장이 되어 당선 소감을 말하는 장면들이 스친다. 경험을 미뤄볼 때 나는 늘 리더가 되고 싶었고, 이를 주변에 열심히 어필했기 때문에 리더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일하는 여성) 선배의 고난과 역경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지레 겁을 먹었다. 일하는 여성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의 발전은 더더 중요하니까. 여성들만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성들만의 연대로만은 부족하다는 허탈함이 함께 찾아와서 그런 것은 아닐까 곱씹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은 일하는 여성 동지가 아닌 남성 동지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편 가르기가 아니라,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니까. "당신은 정말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 걸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 그래서 답은 무어냐고? 내 안에 리더가 되고 싶은 야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겠다는 것. 물론 100% 완벽하진 않겠지만(완벽할 수도 없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 고민은 그때 하지 뭐.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을 것이다. 나, 야망 좋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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