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drik Backman - A Man Called Ove
오베에 대한 내 첫인상은 안하무인 1호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고집과 관성으로 무장한 할아버지들을 1호선에서 다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 책이 오베의 성격과 행동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다 보니,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오베에 대한 내 편견도 함께 강화되었다. 그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묘사하는 부분부터였을까 나. 잠시 그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생기면서 마음이 동했다. 특히 어린 시절 지갑에 대한 에피소드. 오베라는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사건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금쪽이를 바라보는 오은영 박사님의 마음으로 오베를 바라보았다.
오베를 생각하니, 내가 꼰대라고 여긴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나와 그들을 완전히 분리시키려고만 했지, 상황을 이해하려 하진 않았다. 전혀.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으니. 나는 나름 배운 사람이고, 똘레랑스의 개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여겼으니. 예에, 정말 코스모폴리탄답게 잘 사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정말 최근에 이웃으로부터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는 쪽지를 받고는 내가 누군가에게는 민폐캐겠다는 아찔한 감정을 느꼈다. 동시에, 내가 이런 피드백을 받고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꼰대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관절 꼰대는 누구인가. 사람과 사회가 만들어낸 규범을 어기는 자들을 꼰대라 부를 것인가. 목소리만 큰 사람을 꼰대라 부를 것인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주장만 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칭할 것인가. 책을 읽던 중에 마주한 개인적인 사건 덕에 꼰대라는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꼰대일까. 여러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언행에 대한 피드백을 무시하는 사람을 꼰대라 부를래. 피드백이 있다는 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왜곡해서 감정으로 대응하는 사람들. 피드백을 100%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피드백의 순간 내가 어떤 "선택"을 하냐는 것이다. 무시하고 그냥 살 것인가... 내 성장에 또 발전을 위해 일부라도 수용해서 변할 것인가.
다시 오베로 돌아가서 - 오베는 과연 꼰대였을까. 책 초반에 머물러 이런 질문을 들었다면 오베를 꼰대라고 말했을 것이다. 목소리 크고, 이곳저곳 간섭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 딱 꼰대의 전형적인 모습 아니야. 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 속에서, 소냐와의 결혼 생활을 통해, 파르바네를 비롯한 이웃을 통해 오베는 점점 성장한다. 물론 그의 기질이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전혀 아니고 어릴 적 형성된 가치관을 기반으로 자기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이타적인 "선택"을 한다. 투덜이 영감으로 보이지만, 실은 아내인 소냐를 너무 사랑한 사랑꾼이었던 게지.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소냐가 세상을 떠났어도 오베는 지독한 사랑꾼이었네. 오베는 정말 꼰대가 아니었구나.
그래그래 거창한 신념 따위 이런 게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랑이 사람을, 세상을 바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