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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Mar 30. 2022

결국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뭐

최병호 <마케터의 생활력> 

인상 깊은 구절이 많은 책이었다. 현업 마케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접지 않았을까. 책의 제목대로 이 책은 마케터의 생활력에 대한 책이다. 마케터의 삶이란 굳이 일과 삶을 분리할 수도 없는 분리 해서도 안 되는 업이니까, 더욱이 이 키워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 바쁜 출퇴근 시간 눈 부칠 틈도 없이 주변 사람들이 무얼 하나 관찰해야 하고, 새로운 것들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만의 인사이트를 찾으려고, 잘 읽지도 않는 뉴스레터를 밀린 숙제처럼 꾸역꾸역 읽는 것도 마케터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지. 아, 물론 나는 마케터가 아니다! (여기서 마케터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도 웃긴 것 같지만) 


뭔가 힙해 보이는 표지에, 이 책의 저자는 내 또래 연차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의 나잇대가 나와버렸다. 40대라니!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배움을 갈망하고, 늘 회고를 하는 사람이라서인지 (다소 오만한 표현이긴 하지만) 책의 행간에서 젊은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성장하는 사람이란 무릇 이런 향기를 품는 사람이어야 하는구나! 보통 인풋이 많고, 많이 배우게 되면 어떻게든 그 배움을 표현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인 것을. 그것과는 무관하게 비우고 새로 채워야 할 타이밍이 아는 사람의 글이라서 이 책이 좋았다. 


""한 스푼의 킥"이 요리 전체의 맛을 바꾸듯이 한 단계 나아간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생각은 마케팅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 주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p.73)"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얼까. 삶에서 배운 것이든 일에서 배운 것이든 내 것으로 만들라는 얘기. 인풋만 많으면 뭐해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걸. 그렇다고 아예 인풋조차 넣지 않으면? 그저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는 걸. 적당히 적당히 나의 에너지가 일과 삶에서 잘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 그래 주니어 때에는 이런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지. 아득한 삽질의 연속이 쌓이고, 쌓인 후에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시행착오가 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때문에 삽질도 흑역사도 잘 기록해두는 게 중요하겠다는 잠시 딴생각을 하였다. 


책과 좀 어울리는 내용이 많았던, <생존, 고객에 답을 묻다>라는 책에서 본 명문을 발췌해본다.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우면 된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무것도 몰라 처음부터 제댈 배우는 것이 더 낫다. 뭔가를 가르칠 때도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에게 가르치려면 훨씬 더 힘들다." 늘 새로 배우는 마음으로 사는 것, 쉽지 않겠지만 잘 성장하려면 이렇게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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