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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Apr 03. 2022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마리 루티 <하버드 사랑학 수업> 

하버드 사랑학 수업. 원제목은 The Case for Falling in Love다. 정말 K-제목스러운 책이라 읽기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술술 잘 읽혔다. 이 책의 예상 독자 범주에 들어서인지 (남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주요 독자를 여성으로 상정했다) 여러 대목에서 공감하고, 위로받고, 박장대소하며 깔깔 웃었다. 한편으로는 묘한 씁쓸함과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  물론 수업에 나온 이론 자체는 너무 훌륭하고 맞는 소리인데 과연 현실에서는? 더 정확히 말하면 젠더갈등이 첨예한 한국에서는 적용될 수 있는 소리인지.   


아,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이 되어 격리되는 동안 이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브리짓 존스 시리즈 세 편을 다 봤는데- 브리짓의 언행을 이 책의 저자 관점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지 마세요. 머리로 고민하기보다 마음의 울림을 믿으세요."부분. 브리짓이 마크와 틀어지게 된 계기, 다시 맺어지게 된 계기가 생각났다. 사람과의 관계 지속에 있어 가장 위험한 부분은 자꾸만 제삼자의 시선과 사회의 조건을 들이밀 때가 아닌가. 물론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내가 마음의 울림을 믿을 만큼 안정된 상태인가. 그리고 두 번째로 상대방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브리짓이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비참하게 여겼던 시절에는 늘 주변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움직여 관계를 그르쳤다. 그러나, 꽤 괜찮은 커리어를 갖고, 그간의 성장통을 잘 이겨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단계에 오니 마음의 울림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갓 20대가 된 여자 후배들한테는 당장 마음의 울림을 믿으라고 말 못 하겠다 이거지. 


아, 지난 연애를 돌아봤다. 그래도 다행이고, 감사한 것은 어느 하나 망한 연애가 없었다는 것. 돌이켜보니, 만남을 지속하는 과정 자체가 결론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성장을 이끌었고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지 알게 했으니 이를 망했다고 규정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고마운 부분이 더 많지. 지난 연애를 마치고, 이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에 새삼스레 놀랍기는 하지만 뭐 당연한 거 아니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당연한 거지 뭐.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바로 11강 "잘 떠나보내야 잘 살 수 있다"의 부분이었다. 지난 연애에 대한 충분한 애도와 건전한 회고의 부분. 이건 비단 연애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가 실패로 성급히 규정하려고 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내용이지. 이 단계에 왔다면, 이젠 move on 할 수 있지 않을까.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의 유산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우리의 내면에 그들의 자취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방향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의 영향을 받습니다. 떠나간 연인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어도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상실은 언제나 관계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별 후에도 지속되는, 떠나간 연인의 의미를 인정하는 만남 말입니다."(p.236)

 

책을 읽는 동안 사랑과 이별에 대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여기에도 이 플레이리스트를 남겨본다. 

하림 - 사랑이 사랑으로 잊혀지네

고호경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성시경 - 한 번 더 이별

윤종신 - 너에게 간다

김동률 - Contact

Cody Fry - I hear a Symphony 

Billy Joel - Just The Way You Are

LANY - ILYSB

Lauv - Adrenaline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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