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하루키의 팬들은 잘 알 테다. 그가 엄청난 재즈 레코드 광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클래식 레코드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가 어쩌다 모으게 된 클래식 레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또 어쩌다 읽게 되었다. 스트리밍이 익숙한 현대인1 답게, 클래식 조차도 멜론에서 듣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레코드를 모으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샘솟았다. (멈춰! 가산탕진의 지름길)
하루키는 클래식 레코드에서 재킷 디자인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고백했다. 순전히 딜레탕트적 감상일 순 있겠지만 그의 솔직함에 감탄했다. 예를 들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에서 남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카를 뵘 버전의 레코드를 특별한 재미가 없다고 표현한 것도 그렇고. 남들이 다 좋아한다고 말할 때, “응, 나는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그만의 용기와 기준이 부러웠달까.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 영역이다. 옳고 그른 게 있겠나. 그렇지만 좋은 감상평은 존재하는 것 같다. 하루키의 담백한 문체를 보며, 느꼈다. 지나치게 감상에 젖지 않는 감상평이 좋은 감상평이구나. 뭐, 이건 나의 느낌이니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감상에 젖기보다는 맘에 드는 부분을 포착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담백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한번 하고 싶다. 표현도 표현이지만, 안목을 기르는 게 먼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