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떨림과 울림>
김상욱 교수님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에 <코스모스>를 읽다가, 중간중간 개념이 어려워 유튜브에 양자역학을 검색하게 됐다. 우연히 김상욱 교수님의 5년 전 강의를 보고, 이 어려운 개념도 어찌 차근차근 잘 설명하실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되었다. 수학도 물리학도 잘 모르는 일반인인 나였지만 어쩌다 양자역학에 관심을 가게 되었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코스모스> 다음으로 박권 교수님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를 2/3 정도 읽었었나. 그 책을 읽기 전에 <떨림과 울림>을 먼저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지러운 수학 공식에 정신을 잃었다! 박권 교수님의 책과는 달리 <떨림과 울림>은 상당히 문과의 눈높이의 쓰려고 노력한 책이다. 물론, “이과 망했으면!”의 순간도 있긴 하지만 감성적인 문체로 가득한 책이다.
근데 뭐 물리학의 개념에 대해 아주 조금은 알게 된 점도 좋긴 하지만 과학자의 태도,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배운 것 같아 난 이 책이 참 좋았다. 좋았던 구절을 가져와본다. 모르는 것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순수한 노력과 몰입. 과학자는 아니지만 늘 내 인생에 새기고 싶은 말이었다.
“필자가 과학자로 훈련을 받는 동안, 뼈에 사무치게 배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모를 때 아는 체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또한 내가 안다고 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적 태도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
난 늘 아는 사람들이 멋있었는데, 이젠 모름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 멋있다. 그런 태도가 과학의 발전, 인류의 발전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책에서 말했듯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한다. 해답의 열쇠가 절로 쥐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부딪혀가며 답을 찾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나도 그러고 싶어졌다. <인터스텔라> 포스터에 나온 문장처럼.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