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민경 Apr 24. 2022

끝을 알고도 시작한다는 것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작가 테드 창의 8개의 단편 모음집이다.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를 먼저 읽은 후 이 책을 접했다.  영화와는 좀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책을 먼저 봤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이를 영화화한 드니 빌뇌브 감독도 대단하다고 생각.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니, 멍해졌다.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괜스레 먹먹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특히 단편인 <네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꿈을 꿨는데, 책의 영향이 좀 컸던 것 같다. 


꿈 얘기를 하자면, 꿈에서 나는 남자아이였다. 어느 날 형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내고,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이 내 꿈에 나타났다. 형이 말했다. 자기의 죽음은 나의 존재로 인해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나는 후회하냐고 물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또 그런 선택을 할 것이냐 물었다. 형은 웃으며, 기어코 그럴 것이라고 얘기하고는 사라졌다. 뭐 이런 꿈이 다 있나.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는데, 비록 꿈이긴 하지만 나를 위해 죽음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스포가 되니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구절 하나하나가 소중한 책이라 그렇다. 그럼에도 인생 깊게 읽었던 구절을 공유해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세월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내 경험을 곁들여 좀 더 멋진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좀처럼 감상문 작성이 어려운 책이었다. 아직은 나의 과학적, 인문학적 소양이 모자라 그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대신 이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알 것 같다. 그 메시지만이라도 잘 이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직감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미래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천지차이이긴 하지만, 비슷하게 사람과의 관계가 재앙이 될 것임을 감지하고, 그럼에도 사랑을 시작할 거냐고 묻는 Taylor Swift의 Blank Space라는 곡이 떠오른다. 시간 되면 한번 들어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무얼 위해 일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