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J. 팔라시오 <원더>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어거스트(어기)의 성장 이야기로 알려진 <원더>라는 책을 읽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리아 로버츠 출연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영어 원서를 먼저 읽기 전에 사실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책을 읽는데 수월하긴 했다. (영화는 책의 캐릭터를 정말 사랑스럽게 잘도 반영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 아이가 홈스쿨링을 하다가 학교에 가서 고군분투하다가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되고, 자신감도 되찾는 이야기다. (중간에 오해도 하고, 싸움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인물 중심으로 책의 챕터가 나뉘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등장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 좋았다.
사실, 안면기형은 어기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어쩔 수 없이 어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기에게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말, 시선, 행동 등이 큰 여파로 다가왔을 터. 이를 잘 아는 가족은 어기라는 태양에 공전하는 행성처럼 어기를 중심으로 돌며, 어기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보호했다.
"August is the Sun. Me and Mom and Dad are planets orbiting the Sun. The rest of our family and friends are asteroids and comets floating around the planets orbiting the Sun."
가족이란 울타리를 벗어나니, 세상은 어기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행동, 줄리안 같은 친구들의 무례함에 어기는 자주 상처받았다.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잭의 험담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어기의 마음도 다시 닫히게 된다. 누나인 비아에게 이런 힘듦을 토로하던 핼러윈 날, 어기는 폭발하게 되고 이런 어기에게 누나는 이런 말을 한다.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 누구나 이런 힘듦을 견디며 사는 거라고.
“But it’s not a contest about whose days suck the most, Auggie. The point is we all have to put up with the bad days. Now unless you want to be treated like a baby the rest of your life, or like a kid with special needs, you just have to suck it up and go.”
비아가 어기에게 해준 얘기에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누나라서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조언이었겠지.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 서사에 젖어있는 어기에게, 이제 그만 어기만의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기처럼, 가족에게 힘듦을 토로했던 기억이 나고.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모든 사람이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을 멀찍이 두고 바라보면서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나아가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물론 비아의 조언처럼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게 전부는 아닌듯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력자와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짊어진 십자가가 너무 클 때, 남을 이해할 여유의 공간이 점점 사라진다. 물론 그 십자가가 영원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먼저 다가가 함께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아 물론 무조건적인 시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머물고 견디면서, 서로 성장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혼자 견디기엔 벅찬 날이 얼마나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