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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Apr 15. 2020

삶의 여유를 잃은 사람을 위로하는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잘 알려진 김영민 교수의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글을 읽으니, 마치 일상 속 안식처에 온 기분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의 편린을 낯설게 볼 수 있어 참 좋다.

입시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아니 그보다 더 전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주입식 교육으로 신문 칼럼 혹은 사설을 스크랩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척이나 남성 중심적 시각의, 딱딱하고, 교조적인, 또한 괄호 열고 괄호 닫아 설명하는 한문으로 점철된 논설문이 주를 이뤘다. 나 또한 여러 선생들의 세뇌 속에서 글이란 종이 신문의 사설 혹은 칼럼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의 산문집은 ‘글은 응당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문장 전체에 살아 숨 쉬는 운율과 참신한 비유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그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글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사실 나열, 의견 피력이 아닌듯하다.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생각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삶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듯 날리는 질문 말고, 좀 더 따스한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여유가 어쩌면 필요하다. 그의 책에서 그런 여유 혹은 공간이 느껴졌기에,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일상 속 안식처에 온 기분이 들었다.

+ 특히나 “개돼지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부가 할 일”에서 고전, 수사학, 토론, 과학, 논리 교육, 공감 능력 진흥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설파한 부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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