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연주하는 삶

글루크 - 정령들의 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by 심민경

비제의 모음곡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 미뉴에트와 더불어 풀룻 소품에 자주 연주되는 곡인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은 나를 플룻의 세계로 인도한 작품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리코더만 알고, 플룻이 뭔지도 모르다가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플룻 소품 앨범에 수록된 글루크의 곡을 통해 플룻이란 멋진 목관악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 번 듣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교습으로 플룻반이 생겼다. 부모님께 플룻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플룻반을 등록하게 되었다. 당시 다니던 피아노 학원 원장님의 추천으로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코스모스 악기사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곳에서 내 첫 플룻을 샀다.

당시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었기에 텅잉(관악기를 연주할 때 혀의 사용 방법)을 할 때마다 입술이 아파 곤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플룻을 잘 불지는 못했지만, 늘 이 곡을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정말 꽃들이 만발한 들판에, 산들바람과 함께 요정이 춤 추는 그림이 그려지는 곡이랄까(그림으로 따지자면 르누아르 화풍이 떠오른다).

비록 지금은 운지법도 잘 기억나지 않고, 소리 내는 것도 잘 못하지만, 그때 곡 하나를 연주해본 기쁨과 성취감이 내겐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누구의 만족을 위해 연주한 게 아니라, 오롯이 나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연주했기 때문이지.

나를 위해 연주했던 어린 시절 나처럼, 앞으로 나를 위해 내 삶을 정성스레 연주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언제나 위풍당당할 수 있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