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쇼팽 - 발라드 제4번

by 심민경

오늘 서울의 날씨는 정말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아침부터 무거운 먹구름이 하늘을 빼곡히 뒤덮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출근길 하늘이 노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살금살금 걸어 회사로 향했다.


점심에는 하늘 전체가 어둑해, 오후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음습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늦은 오후가 되자 비는 쏟아졌고, 나는 원인 모를 쾌감을 느꼈다. 퇴근길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모든 것을 쏟아냈다. 나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버스를 타기로 하고, 가여운 하늘을 쳐다보며 비의 의미에 대해 곱씹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엔 비가 더 격정적으로 쏟아졌고, 버스에서 내리니 어쩔 수 없이 운동화에 빗물이 스몄다.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그러다 집에 가까워지니 하늘의 울음도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 비가 그쳤다.


발라드 제4번은 맑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시작되지만 느리고 슬픈 왈츠를 걸쳐, 격정적인 클라이막스로 도달하는, 쇼팽의 자전적 성격을 띤 곡이다. 마냥 아름답지도, 서정적이지도 않다. 예민한 속에서는 섬세함이, 파괴적 모습 속에서는 파괴적인 단호함이, 불협화음 속에서는 독특함이 존재하는 보통 사람의 인생을 닮았다.


오늘 아침부터 내내 쇼팽의 발라드 제4번이 생각났다. 흐린 날씨여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우울함 속에서 우울함을 찾는 게 아니라, 슬픔 속에서 기쁨을 찾고, 기쁨 속에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만드는 쇼팽의 발라드 제4번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조금은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 이 곡,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