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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May 24. 2020

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생각랜드에 장기 체류하는 것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신제품 아이디어들이 시간을 보내는 상상 속 공간인 생각랜드는 사실 굉장히 유혹적인 공간이다. 그곳에는 시장으로부터 마주할 수 있는 뼈 아픈 현실 데이터가 있는 대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의 그럴싸한 청사진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하루빨리 생각랜드에서 나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만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프리토타입을 만들어보라고 주장한다.


’프로토타입’은 본격적인 제품/서비스 런칭에 앞서 성능을 검증 혹은 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만든 시제품을 의미한다. 반면, 저자는 프로토타입의 광범위한 개념을 지적하며, 시제품보다 먼저 나와 비즈니스 가설(어느 아이디어가 추구하고 만들 가치가 있는지)을 검증할 수 있는 ‘프리토타입’의 개념을 강조한다.


이 책은 결국, 아이디어를 생각랜드에 가둬 판단하는 대신에 가설과 프리토타이핑 실험을 통해 나만의 데이터를 얻고, 그 ‘나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할지, 폐기할지, 수정하고 개선할지 판단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그 자체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아이디어의 무서움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실제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교훈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생각랜드에서 벗어나, 프리토타이핑을 통해 아이디어의 실효성을 검증한다면 성공/실패와 상관없이 우리는 값진 레슨을 배울 수 있다. 실패 가능성을 극적으로 낮추거나, 실패하더라도 바보가 된 기분은 들지 않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는 약속 말이다.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된 과정에서 배우는 뼈 아픈 회고가 생각랜드에 머무는 아이디어보다 훨씬 낫기에, 저자가 소개하는 프리토타이핑의 도구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아이디어의 시장 잠재력이나 성공 가능성을 측정할 때는 확고한 데이터에 기반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반드시 적극적 투자가 어느 정도 수반된 것이어야 한다.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하겠다.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많은 것을 투자하기 전에, 표적 시장으로부터 반드시 어느 정도의 적극적 투자를 얻어내라.’ p.233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한 생각랜드를 벗어나는 것을 망설인다. 몇 달씩, 종종 몇 년씩 그냥 생각랜드에 살곤 한다. 내 아이디어에 관해 생각하고, 떠들고, 벌써 몇 년째 생각 중인 해외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말이다. 아이디어를 검증할 ‘나만의 데이터’는 한 조각도 없으면서 말이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p.275
-훌륭하다! 우리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아이디어를 상세한 XYZ 가설 및 xyz가설로 힘들게 바꾸는 이유가 모두 그때문이다.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때문이다. 처음의 저 숫자들은 지금으로서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토론을 촉진하고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다. 만약 이게 실제 상황이고 우리가 버스U의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팀의 일원이라면 두 시간 정도를 투자해 xyz가설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 더 의논해본 후에 몇 개로 합칠 수 도 있을 것이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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