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제2번 3악장
글을 쓸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게으름, 소재 고갈, 글 쓰는 행위 자체의 어려움 등 글 쓰는 행위를 가로막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극히 사적인 글인 일기에도 평가를 받았었고, 자라나서 입시 논술을 준비하던 고3 무렵에도 빨간펜으로 처참히 첨삭을 받았었다. 이런 경험이 영향을 준 것인지- 가끔 글 내용을 온전히 감상하기보다는 글의 부수적인 요소인 맞춤법, 띄어쓰기에 오히려 더 집착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단순 맞춤법, 띄어쓰기에 대한 평가는 사실 큰 두려움이라 볼 수 없고, 내가 가진 배경지식과 의견에 대한 평가가 사실 더 두렵다. 나의 얕은 지식이 탄로 날까, 나의 의견이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까 (웬만해서는 독자의 생각과 일치하길 바라니까-) 두렵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3악장 아다지오를 들으며, 나의 이런 두려움을 곱씹어봤다. 이런 아름답고 감동적인 악장에도 ‘설탕과 꿀, 초콜릿으로 뒤범벅된 음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에서 작곡을 멈췄다면, 이런 아름다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을까?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두려움을 핑계 삼지 말아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 또한 인정하기로 한다. 더 나아져야 한다는 부담 또한 떨쳐내기로 한다. 내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글을 계속 써 내려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