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좋지만, 지금이 더 좋아

차이코프스키 -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33

by 심민경

처음 이 곡을 들었던 게 어언 20년 전이었을 테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소녀가 이렇게 멋진 곡을 연주하다니! 내겐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기억되는 앨범이다.

20년이 지나 들어보니, 그때의 그 감성이 살아나듯 곡에서 풋풋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통통 튀고, 자유분방하고, 신선한 그런 느낌에-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고, 소중하고, 뭔가 벅차오르는 그런 감성 말이다.

풋풋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느껴지다니, 참으로 어색한 표현이지만 이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1년 만에,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조우했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와 그 친구를 생각하며, 오늘을 기억할만한 곡을 떠올려봤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세상에 대해 더 무지하고, 천진난만한 시절에 만나 이런저런 꿈을 이야기하던 친구여서인지, 더욱이 이 곡이 생각났다.

너덜너덜해진 맘과 지친 몸을 이끌고, 정말 소중한 친구와 따듯한 저녁 한 끼를 나눈 밤- 어릴 적 친구와의 조우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꼬마 시절 치기 어린 포부와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던 나의 모습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고, 그 시절을 추억하되 아쉬워하지 않은 지금- 비로소, 낯설지만 어른이 된 걸 절감한다.

그때도 참 좋았지만, 지금의 나는 더 좋다. 내게 이런 행복을 일깨워준 친구에게 정말 감사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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