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남는 시간에 한국사를 공부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학생활을 했다 보니 한국사 지식이 많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왔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내가 사는 세상과 내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삶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게 되고 더 현명한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역사는 정말 재밌었고,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여러 과거의 유산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욱 빠져들고 있다.
최태성이라는 분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강의를 보는 와중에, 생뚱맞지만 강사님이 글씨를 참 잘 쓰신다고 느꼈다. 나는 예전부터 글씨를 빨리 쓸 때마다 유독 악필이 되었는데 어떤 요소들이 예쁜 글씨를 만드는지 머리로는 이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글씨를 빨리 쓸 때면 글씨가 못생겨진다.
강사님이 칠판에 글씨 쓰는 것을 보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악필은 의외로 심리의 영향이 정말 크다는 것이다.
칠판에는 물리적인 한계로 글씨를 빨리 쓸 수가 없다. 나는 문장을 빨리 써내고 싶다는 그 마음, 어쩌면 학교에서 시간에 쫓기며 노트 필기를 시작할 때부터 느끼게 된 그 조바심이 나를 악필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이 온몸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선들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아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는 게 이런 뜻이구나. 서예를 공부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명필이 인정받았던 이유가 이런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