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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업하는 선생님 Jan 30. 2022

재수생을 위한 위로의 편지

불과 한두 달 전에는 수능 시험이 있었고 최근에는 대입 시험 결과가 쏟아졌습니다. 곧 있으면 초등 임용 고시 합격 통보가 있고, 중등 임용고시 2차 시험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 대한민국에 다양한 직렬의 공무원 시험, 고시 시험이 있을 것이고 그곳에 수많은 고시생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몇 해 전 임고생 후배들을 위해 적어둔 편지가 그런 당신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면 이 글을 남깁니다.




수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분들도 있고 몇 해 전에 저처럼 가슴 아프게 안 좋은 결과가 나올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여러분들은 지난 1년은 일생에서 가장 최선을 다한 1년이었을 것 같아요.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1년 동안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했고 1년 동안 목표를 향해 끓임 없이 노력하는 멋진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틀림없이 사실이에요. 이 긴 여정을 포기 없이 끝까지 걸어온 여러분들은 충분히 칭찬받고 사랑받아 마땅한 분들이에요. 1억짜리 수표가 더럽혀지고 구겨진다고 1억이라는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 듯이 이따위 시험 결과가 여러분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몇 년 전 이맘때쯤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통보를 받았어요. 임용 불합격도 너무나도 힘든데 기간제 5개 정도 썼는데 쓰는 족족 다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도 들고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만이 흐르고 마음속은 자기혐오로 가득 찼어요. 너무 힘들어 정신 병원까지가 상담도 받아봤어요. 의사분과의 상담도 정말 좋았지만 인터넷과 책에서 보게 된 좋은 글귀들이 저에게 도움이 됐어요. 우선, 이걸 좀 나눠볼게요.


남과 비교하며 삶을 살아가면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진다.


흔들리지 않고 자라나는 나무는 없다. 매번 마음만 같이 성공할 수는 없다. 실패에 꺾여 돌아가다 보니 어느새 어느 위치에 도달해 있는 것도 삶이다.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행동이다, 순간의 잘못이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Reddit




주변을 둘러보니 저희와 같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실패를 발판 삼아 소기의 성과를 얻은 분들도 있더군요. 수능 5수생이라는 좋게는 볼 수 없는 결과를 콘텐츠 삼아 유튜버로 성공한 미미미누, 사법고시 3수에 실패했지만 학원 강사로 전향해 사회 탐구 여왕님이 되신 이지영 선생님, 게임 폐인에 대학교에서는 제적, 사법고시 폐지, 여자친구와 이별이라는 사중고를 겪었지만 9개월 만에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되고 15만 유튜버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신 이윤규 변호사님... 등등  


사탐 여신 이지영 / 출처 : 이지영 유튜브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준다. 선물이 크면 클수록 시련도 더욱더 커진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 굶주리게 하여 궁핍하게 만들어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흔들고 어지럽게 하나니  

그것은 타고난 작고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을 하여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그 기국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 맹자


어쩌면 저희도 이분들처럼 큰 선물을 받기 위해 큰 시련을 받은 것은 아닐까요? 하늘이 우리의 기국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이런 고통을 주신 게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는 이제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는 매 순간순간이 우리의 황금기가 되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상승 궤도의 위에 있을 테니 매 순간순간이 우리 삶의 최고점일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행복이 단번에 고시에 합격하는 그런 사회에서 말하는 표준과 이상일 필요는 있을까요? 

우리가 나의 꿈과 욕망이라고 생각한 게 사실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기대가 만들어낸 그들의 바람이었던 건 아닐까요?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합격이라는 유형적 결과가 아니라 경험과 인연 같은 무형적인 자산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까스로 기간제에 합격했을 때 임용 합격 안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선생님이 많았어요. 거지 같은 관리자 때문에 의원면직하고 기간제만 한다는 선생님, 10년 가까이 기간제를 하고 계시지만 업무 역량, 대인관계 역량 등에서 정말 존경할만한 선생님, 세계 여행도 다니고 사업을 위해 이것저것 노력했고 늦었지만 다시 임용 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 등등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잖아요. 많이 불안하고 힘든 분들께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재수 기간이 오히려 시험에 떨어진 것이 감사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기간제 교사를 하며 인생의 멘토로 여길 좋은 선생님, 훌륭한 장학사 님들을 볼 수 있었어요. 책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일하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가까운 곳에서 많이 배웠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의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어요. 과분한 사람을 만나 과분한 사랑받으며 연애도 할 수 있었어요. 책도 20여 권 정도 읽으며 대학교에 있을 때보다 성숙해진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어요.


기만적인 이야기로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임용 시험에 떨어지기 전까지 저는 사는 데로 생각하고, 현실의 삶보다 게임 세계 속 커리어와 비트 덩어리 완장에 집중했습니다. 스스로 거울을 못 볼 정도로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상처받기 두려워 도전하지 않고 그저 나의 작은 공간 속에서 꽁꽁 숨어 항상 인생의 과제에 도망만 쳤었어요. 만약 시험을 합격했다면 정신 못 차리고 안일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았을 것 같은데 불합격이라는 위기가 이런 저의 미성숙함을 깨부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인생은 정말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의 선택만이 정답인 것 같아요. 


여러분 어떤 결과가 있던 결국 다 잘될 거예요. 결과가 어떠하던 여러분들은 시험 결과만으로 가치 평가될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어떤 결과가 나왔던 나 자신에게 좋은 거 먹이고 좋은 경험 시켜주며 1년 동안 고생한 불쌍한 나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불안감 없이 다음 선택을 위해 마음껏 방황하세요. 친구들이랑 제주도 한 달 여행도 가보고... 책도 좀 읽어보고... 사회 경험도 해보고... 운동도 좀 해보고... 여러분의 삶에 정답은 여러분의 선택밖에 없으니까요.  


저에게 힘이 돼주었던 여러 명언들을 긁어 쓰고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주저리주저리 글이 너무 길었네요 ㅎㅎ긴 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지난 시간 쌓아온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어요. 마음이 꺾이지 않고 끓임 없이 도전한다면 분명 합격이든, 무형적 성장이든, 그 외에 어떤 무엇이든 간에 좋은 성과로 나타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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