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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업하는 선생님 Feb 19. 2022

끈기 있어지는 법


수를 하게 되는 후배가 물었다



형 제가 끈기 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후배가 물어봤을 그때 당시엔 횡설수설하며 잘 대답을 못했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답을 조금은 할 수 있을 거 같다.





책임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건 저급한 쾌락뿐이었


대학교 1, 2학년. 당시 교대생이라 함은 취업이 거의 반쯤 보장되었다 보니 치열함이란 1도 없는 고여버려 고약한 냄새를 내뿜는 삶을 살아갔다.  


나라는 인간에 집중하기보다는 게임 속 데이터 쪼가리에 미친 듯이 열광했다. 그때 당시 한창 유행했던 오버워치란 게임이 내 삶이었고 티어가 내 커리어였다. 나의 프라이드는 교내 오버워치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었고 노란색 찬란한 마스터 티어를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자 동기들과는 학교 근처 PC방, 당구장, 노래방을 전전하며 수업도 째기도 하고 공강 중간중간 시간을 녹여버리는데 열중했다. 술은 드럽게 못 먹지만 과대라는 직책을 가졌었기에 또 대학 동기들과 보내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즐거웠기에 OT, MT, 신환회 등등 행사란 행사엔 빠짐없이 참가하며 친목을 다졌다.


하루하루 게임, 술, 친목을 도모하고 내 현재의 쾌락만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와중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 발생했다.  나 그리고 현재의 나 밖에 모르며 살아가는 와중 풋사랑이 날 찾아왔다. 사랑이 가슴에 꽂혔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과 비교하면 난 한없이 초라해 보였고 자격 없어 보였다. 방탕한 탕자는 우상을 위해 피폐한 생활을 버리고 그 대신 순결과 고귀함을 생활에 불어넣었다. 찬란한 그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에티켓을 엄격히 지키며 옷차림을 바꾸고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하며 몸을 정갈하게 만들어 갔다.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이 나 버렸지만 이렇게 '나'밖에 모르는 '나'라는 사람이 나를 제외한 세상 밖에 또 다른 존재를 내 시야에 드리고서부터 변화 시작되었다. 처음엔 여자로 시작했지만 중력에 이끌리는 돌덩어리처럼 난 점차 더 많은 사람을 고려하고 책임지기 시작했다.



미래의 자녀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었다. 부모는 아이의 작은 세계이고 아이는 부모라는 세계 속에서 조각되고 어렸을 때 부모를 보며 배운 것들이 아이의 평생 동안 각인된다는 것을 학업 중 알게 되었다. 그런 것을 깨닫게 되자 내 생활습관, 말, 행동거지를 내 자녀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기 위해 정갈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내 아이들에게 풍족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내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수험생활에내가 쟁취하고자 하는 합격의 무게를 깨닫게 되자 그 수험 합격에 대한 간절함의 질이 달라졌다.

교사라는 직업은 1년 동안 20~30명의 학생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다. 산술적으로 바꿔 말하면 1명의 20년~30년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난 생각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혹은 좋은 길로 인도해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내가 그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자리를 애타게 원하는 수십수백 명의 노력과 간절함, 기회를 내가 강탈하고 쟁취했음을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시험에 떨어지고 나면 울고 침울해하는 가족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험 합격이라는 것에 담긴 간절함은 커졌고 그에 따라 함께 불어넣어 진 책임은 강렬한 목적의식과 학습 동기를 주었다.




얼굴 없는 타자의 무게는 안일했던 과거를 무너뜨리고 철두철미하게 날 움직이게 했다. 하루하루 스스로를 갈아 넣어 반복되는 일정 속에 자신을 밀어 넣어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야 하는 나의 살인적 계획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만들었다. 수면시간, 씻는 시간, 식사 시간을 확고하게 정해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시험 당일날 실전 감각을 키우고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험 3일 전에 미리 시험장 근처 방을 잡았다. 그리고 시험 전날에 마치 그날 시험을 보러 가는 것처럼 시험장을 걸어가 보고 모의고사를 풀어보며 마음을 가다듬도록 날 움직였다.





이렇게 처음 나 밖에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는 점차 다른 사람을 자신의 세계에 집어넣으며 그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자연스레 '끈기'라는 게 생겨났던 거 같다.


군가 다시 나에게 "제가 끈기 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묻는 다면 난 이렇게 말하기로 다짐했다.


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짊어지려고 할 때 끈기가 생겨나더라고.
 
내 여자친구에게 당당한 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내 미래의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주려고 하다 보니. 내 노력 부족으로 실패해 엄마랑 아빠를 또 슬프게 할 수 없으니까.

끈기도 생기고 동기부여도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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